2008. 4. 8. 21:06ㆍ내 삶의 흔적들/가족
봄 나들이
그 곳에는,
활짝 핀 벚꽃과 싱그러운 소금 내음이 있었다.
아직은 덜 핀 유채꽃의 수줍은 얼굴이 있었고
간만에 만난 친구들의 반김이 있었다.
짧은 시간을 쪼개어 많은 것들을 둘러보고
바쁜 시간들을 보내고 올라왔다.
지난 토요일,
고향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가볍게 해 주려는 듯이
아침부터 봄 햇살은 투명하고 공기조차도 예쁘다.
느긋한 마음으로 고속도로에 오르니 거긴 이미 많은 차들로 주차장을 이룬지 오래고
슬금슬금 기어가는 거북이걸음이 더 빠를듯하다.
긴 기다림 끝에 문막 휴게소에 들러
몸무게도 좀 줄여주고 자꾸만 무거워지는 눈꺼풀도 좀 가볍게 했다.
쥐포와 고구마 빵을 사서 허기진 배를 채우고는 또 바삐 움직인다.
대관령 휴게소에 들러 세상과 격리된 창문을 열고는
30분간 눈을 감고 명상에 빠져 있자니 시원함과 편안함이 온 몸으로 파고든다.
옆자리에 다소곳이 앉아있던 아낙네가 이제야 지루한지
빨리 출발하자고 보채는 통에 애마의 고삐를 끌어당겼다.
긴 시간을 타고 온 탓인지 운전하는 나도 멀미가 난다.
동해시 후진 해수욕장에 들러 곰치국을 게 눈 감추듯 먹어 치우고는
집사람 것까지 가자미 눈으로 넘보고 있으려니 아무 말도없이 반을 덜어서는 넘겨준다.
밥까지 말아 깨끗하게 비우고 나니
흐미~~배 부른거...
커피 한 잔을 들고 바닷가에 섰다.
작은 파도가 들락거리는 젖은 모래 옆에
한 무리의 연인들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조용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 옆에 서서 몇 장의 사진을 찍고는 새 천년 도로를 돌아 조각 공원에 다다른다.
많은 사람들이 서로 교통하고 그들만의 여유로운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그 밑 갯바위에서 낚싯대를 드리운 사람들이 부럽다.
내 고향 무리실 마을로 올라가는 길에 유채꽃 축제를 알리는 현수막이 내 눈앞에서 펄럭인다.
그래 이럴 때 아니면 언제 보겠어?
서둘러 유채꽃이 피어있을 맹방 해수욕장으로 향하니 이미 그 곳에는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있다.
유채꽃 사이에 서서 몇 장의 사진을 찍고 벚꽃을 배경으로 또 몇 장의 사진을 담고는
사람들 사이를 헤치고 나오는데 덜덜덜 휴대폰이 바지 속에서 떨고 있다.
구리에 살고 있는 규야 친구다.
여기 온 걸 어떻게 알았을까?
보고 싶어 전화했나?ㅎㅎ
동해시에 새로 가계를 오픈한 상범이 친구에게 꼭 가보라 당부하고
맹방에 사는 홍아가 집수리 중이니까 꼭 들러 보란다.
이늠은 어찌 이렇게도 아는 것이 많은지...
하여간 오지랍도 엄청 넓다.
홍아 친구에게 전화했더니 집이 바로 코앞이란다.
사람들 틈을 헤집고 도착하니 창목이 친구와 홍아가 반갑게 맞아준다.
함께 간 울 애인을 소개시켜 주고는 음악실에 들러 커피도 한 잔하며 잠깐이지만 영화도 감상했다.
다소곳이 앉아있는 앨토 색소폰 두개가 앙증맞다.
넘어가는 해를 안타까워하며 무리실에 도착하니 벌써 해가 마을회관 옆 산에 걸려 있다.
집에 도착하여 잠시 방 바닥에 허리를 지지고 있자니 홍아 한테서 전화가 왔다.
5분 내로 튀어 나오라고...
내가 뭐 번갠가?ㅋㅋ
에버그린...
화원을 하는 친구의 집에 들러 안을 쳐다보니
수야와 한 이불 덮고 지내는 어여쁜 예술가는 여전히 꽃꽂이 작품에 열중이고
홍아와 흥집이 친구는 대화 삼매경에 빠져서 벚꽃의 물음에도 대답도 없다.
가로등 아래에서 초저녁달을 맞이하는 벚꽃이 외로워 보인다.
그리고 참으로 곱기도 하다.
버미의 가계에 들렀다.
이것저것 구경을 하다가 영옥이 친구가 도착했다.
하루종일 선거 운동을 하느라 거의 파김치가 되어 털래털래 걸어오는 모습이 조금은 안스럽다.
깔끔하게 정돈된 가게를 둘러보았다.
주인을 닮아 그런 건지 분위기가 참 좋다.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웃는 낮으로 싹싹하게 인사하는 모습이 넘 이쁘다.
아무래도 대박이 날 것 같다.
배가 고플 쯤 영복이 친구가 도착했다.
오늘 잡은 거라며 숭어회를 큰 양푼에 하나 가득 담아왔다.
이게 웬 회?
간만에 보는 싱싱한 먹거리에 눈이 돌아가서는 허겁지겁 먹었다.
방금 뜸들인 따뜻한 밥에 얼마나 맛있게 먹었는지..
고맙다 친구야.
때 맞추어 찾아와줘서...
길옆이라 찬바람이 몰려 다녔지만
따뜻한 대화와 정겨운 얼굴로 바람을 막고는 꽤 긴 시간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다.
집에서는 혼자있는 마누라가 무섭다고 빨리 오라고 야단이다.
서둘러 축하 파티를 마치고 집에 도착하니 밤 10시 50분...
언제 잠들었는지도 모른다.
그 다음 날,
시제를 지내고 사촌동생한테 들러 커피 한 잔을 함께 나눈것으로 삼척에서의 볼 일을 다 마쳤다.
휴~~~!
비록 몸은 바빴지만 그래도 할 것은 다 하고 왔으니 마음은 참 편하다.
이제 따뜻한 집에 돌아와 고향에 다녀온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하려니
지금도 내 마음이 바빠지는 것 같다.
고향...
그곳엔 늘 따뜻함이 있어서 참 좋다.
2008.04.08.
...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