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 꽃

2008. 4. 14. 22:43내 삶의 흔적들/생각

 

 

겨우 내..

힘센 바람의 등살에 숨죽이며

그들이 떠미는 대로 허리운동 그렇게 하더니

 

인정 많은 바람이 옷깃을 스쳤다고

굵은 허벅지로 세상을 딛고는

그 화사한 얼굴을 부끄럽게 내밀었구려

 

산고의 아픔도 잊은 채

아이의 얼굴을 보며 웃는 산모의 얼굴처럼

너무나도 곱고 평온한 얼굴이오

 

사람들의 환호와 즐거운 비명소리

태산 같이 쌓이는 발자국을 바라보며

힘겨웠던 지난 겨울은 잊으소서

 

밤을 낮 같이 비추던 그대의 후광으로

세상은 무심히 밝아지고

그늘진 미소조차 보이지 않으니

 

낮 선 바람이 그대를 희롱할 지라도

모른 채 먼 산 만 바라보며

지칠 때까지 피어 있으시구려

 

언젠가 그대 가실 때

가녀린 목에 둘렀던 분홍 머플러

하나도 빠짐없이 주머니에 모았다가

가시는 발자취 위에 곱게 덮어놓으리다

 

그대 가신지 아무도 모르게...

 

 

그대 너무 아름답다.

2008.04.14..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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