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하루
2008. 5. 23. 23:57ㆍ내 삶의 흔적들/생각
해 질 무렵
벅찬 여명처럼 남한강이 물들면
산 어귀에 켜지는 불빛을 따라
강물 속에도 하나 둘 가로등이 비추고
산길을 돌아온 피곤한 시간들이
그 강위에 희미한 시선을 던지면
길을 밝히던 불빛은 어느 새
시린 눈망울을 서럽게 깜빡이네
조잘대던 바람의 유혹도
아카시아 꽃향기의 사무치는 애교도
뜨거운 한 낮의 거친 입김도
작은 마음 하나 잠재우지 못하니
해가 진 그곳으로 고개 내미는
코발트색 달빛을 온 몸으로 받으며
잠자는 듯 고요한 저 강물 위를
맨발로 살금살금 걸어가고 싶다
머리 가득한 무거운 생각과
떠나지 않는 마음속의 욕심을 던지며...
남한강을 바라보며...
2008.05.23..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