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삭의 노래
2011. 9. 30. 10:37ㆍ내 삶의 흔적들/생각
여름 내내 하늘은 천둥과 번개를 앞세워 내 인연들을 쫒아냈고
허구한 날 구름에 갇힌 님이 무겁게 쏟아내는 서러운 눈물을 맞느라
발끝까지 내려간 계절을 보면서 나도 그 안타까움에 울어야 했다
움직일 수만 있다면 맨발로라도 뛰어올라 하소연이라도 했겠지만
요동치면 칠수록 더욱 더 깊이 아려오는 늪 속의 쓰린 생채기들로
꼿꼿하게 버티던 내 의지조차 삐걱거리며 주저앉기 일쑤였다
쭉정이로 남으려고 내가 그 흙탕물에 허리를 묻고 있었던 건 아니었다
님에게서 배운 사랑이라도 있었으면 스스로 그 아픔을 보듬었으련만
받은 게 없고 받을 수도 없었으니 어찌 그 아픔을 다독 일 수 있을까?
다행히도 계절은 스스로 제 살을 잘라내고 재생하도록 진화 했다
유년기를 지나는 동안 가슴 조리며 애태웠던 저 하늘도 이젠 높고 푸르러
희멀건 피부도 반짝이는 님의 미소를 닮아 점점 금빛을 머금어 간다
주위를 어슬렁거리던 허리 휜 허수아비 얼굴도 한층 밝아졌으니
나는 바람에게 내 몸을 맡기며 찬란한 가을 노래를 부르려 한다
황금알로 다시 태어 날 그 고귀하고 찬란한 가을의 전설을 위해...
길고 긴 장마를 이겨 낸 통통한 이삭들..
투명한 가을 들판에 일렁이는 황금 물결이 아름답다.
2011.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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