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 18. 20:55ㆍ내 삶의 흔적들/일상
초 대
어린시절의 한때를 몸담았던 첫 직장에서 퇴직자들을 초대해 주셨다
그 동안 성장해 온 회사도 선보이고 저녁식사를 대접하고 싶다는 사장님의 배려였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잊고 있었던 그 시절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치고 지나갔다
그때 그 시간들을 함께 했던 분들을 다시 만난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벅찼다
그 일상들, 그 얼굴들, 그 공간들...
30년이라는 세월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어릴 적 진한 추억과 정이 깃든 시간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입사 후 30년, 그리고 창립 46년을 지나 온 지금의 회사는 규모 면에서도 많이 발전해 있었다
그때는 볼 수 없었던 기계들과 늘어난 사원들, 그리고 첨단 시스템들...
돌아보는 내내 마음이 흐뭇해오는 것을 감출 수 없었다
대부분의 기계들과 공장 내부의 모습은 담을 수 없어서 좀 아쉽지만
아직도 근무하시는 낮익은 얼굴들을 보니 감회가 무척 새롭기도 했다
맛있는 음식들과 좋은 말씀들이 오가는 저녁자리는 그야말로 화기애애 했다
함께 한 일상들을 들춰내서는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그 이야기 속에 묻혀 있었다
힘들었던 일들과 섭섭했던 얘기들도 이젠 그저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남아있을 뿐
원망이나 앙금 같은 건 전혀 찾아볼 수 없었던, 참으로 아름다운 시간이었다
나에겐 첫 직장이었던, 많이 외로웠던 23살의 나에게 첫 직장은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다
동생들을 가르쳐야 했고 암울했던 나의 미래를 담보로 내 모든 것들을 쏟아 부어야 했던 시절.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그 곳에서는 많은 일들이 있었고 또 헤쳐가야 할 일도 많았었다
몸으로 부딪치고 배우며 극복해 나가는데 있어서 내 또래의 친구들과 직장 동료들은 큰 힘이 되었다
그 때 함께 했던 분들은 모두 정이 많고 마음이 따뜻한 분들이었다
내 생활의 중심에 그 분들이 있었고 시작과 끝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의지할 곳 없던 나는 정이 많이 들었던 것 같다
그 분들은 나를 버텨 낼 수 있게 한 힘이었으니까
지금 생각해도 참 고맙다
담아 온 사진들을 하나 하나 정리하는 내내
그 분들의 모습과 좋은 분위기를 담아 온 것만으로도 기분이 참 좋다
오랫동안 간직 할 수 있고 보고 싶을 때 다시 볼 수 있어서...
오늘, 사장님께서 하셨던 말씀이 귓가를 스친다
"선배님들의 노고와 희생이 있었기에 지금의 이 회사가 존재합니다.
앞으로도 늘 지켜 봐 주시고 많은 성원과 조언을 부탁드리겠습니다"
듣고 있으려니 가슴 깊은 곳에서 찡한 울림이 온몸으로 퍼졌다
그 시절 사장님이셨던 현 회장님이 많이 편찮으시다고 해서 마음이 편치가 않았다
하루 빨리 쾌차 하시기를 빌어 본다
사장님,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게 만나뵙게 되어 반가웠습니다
그리고 다음 기회에 또 뵐 수 있기를 소원합니다
함께했던 오늘은 또 다른 추억으로 오래오래 남아있을 겁니다.
2014.01.17.
'내 삶의 흔적들 >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금정 산본리 (0) | 2014.05.08 |
---|---|
교문은 다시 열렸지만... (0) | 2014.04.25 |
내리는 눈을 맞으며 (0) | 2013.11.26 |
어느 결혼식에서 (0) | 2013.11.24 |
그녀들의 가을, 그리고 두물머리 (0) | 2013.11.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