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0. 18. 21:37ㆍ내 삶의 흔적들/얘기
아들, 안녕?
참으로 감동적인 하루가 지나간다
맑고 투명한 날이어서가 아니고 색동옷 곱게 갈아입은 예쁜 가을이어서도 아니다
주머니 속에서 느껴지는 깊은 떨림에 깜짝 놀라 엉겁결에 받은 너의 목소리가 내 가슴을 벅차게 물들였기 때문이다
뭔지 모를 그 뜨거움을 억누르며 참는다는 게 그리 쉽지는 않더구나
그래..아빠가 그랬다
너무 기뻐서, 너무 보고 싶어서...
티를 내지 않으려고 했었는데,
아빠도 모르게 표출되는 그 감정을 조용히 삭히기엔 그 동안의 그리움과 기다림이 너무 컸었나 보더라
너와 통화했던 3분이라는 그 시간은 아마도 이 세상에서 가장 짧은 시간일거다.
오늘 낮에도 얘기 했지만, 오늘 지인의 아들 결혼식이 있어서 참석하고 왔다
어젯밤에 네게 편지를 쓰면서..
"혹시 엄숙한 호텔 결혼식이 진행되는 중간에 전화가 오면 어떡하지?"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쩜 그렇게도 아빠 생각이 딱 들어 맞았을까?
다행스럽게도 출입구 쪽에 자리를 잡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예식장에 도착해서도 혹시나 전화가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식장에는 안들어가려고 했었는데...
아빠도 참 정신이 없긴 없나봐
이번에 전화가 오면 통화한 거 녹음을 해야겠다고..지난 번처럼 잊지 말자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막상 전화가 오니까 또 잊어버리고 있다가 나중에 1분 정도만 간신히 녹음했다
많이 아쉽고 또 아쉽더라
예식이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그 녹음을 들어보니 아빠 마음이 급해서 말도 발음도 너무 엉망이더구나
그래도 아들 아니랄까봐 잘 알아듣긴 하더구나
괜히 또 눈 앞이 흐려지고...ㅠㅠㅠ
미안하다 아들...
그냥 밝게, 환하게 웃어주며 많은 얘기를 했어야 하는데 그러지를 못했구나
너의 말대로 좋아서 그랬으니 이해하구...ㅎㅎ
그리고 널 보러 갈 땐 길에서 절대 헤매지 않고 잘 갈테니 걱정 마라
두 번의 실수가 있었지만, 아빠도 이젠 그 때보다는 많이 단단해진 느낌이 든다.
하늘이 도우셨는지, 주말마다 늘 출근하시던 엄마가 오늘 모처럼 쉬는 날이었는데 통화를 하게 되서 정말 좋아하시더라
출근 하셨으면 그렇게 바라던 아들 목소리 또 못들었을 텐데 말이다
늘 궁금해 하고 맘 않좋아 하셨거든...
통화를 할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스러웠는지 모른다
상점전화 덕분에 그렇게 기다리던 네 목소리를 아빠도 들을 수 있게 해 줘서 고맙구...
어제, 울 아들은 각개전투 훈련 받느라 고생하는데 아빠는 회사에서 야유회를 갔다 왔다
햇살도 좋고 단풍도 예쁘게 물들어 가고..
갈대며 억새며, 무리지어 햇살에 일렁이는 벅찬 풍경에 모두들 감탄사를 연발 하더구나
아빠도 그 속에 섞여서 잠시나마 마음속에 쌓였던 근심과 걱정과 일상의 부스러기들을 날려보내고 왔다
네 생각이 나서 좀 미안하더라, 네가 이해 좀 하구...ㅎㅎ
어제 많이 걸어서 그런 건지.. 예식장에 갔다 오자마자 피곤이 몰려와서 좀 자고 일어났더니 한결 가뿐하네
재영이는 오늘도 하루종일 방..콕..하며 컴터며 티비를 섭렵했나 보더라
지금도 거실에서 킥킥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걸 보니 또 무한도전인가 하는 그 프로그램을 보는가 보다
하여간...ㅎㅎㅎ
아들~~
주말엔 쉬는 줄 알았더니 오늘도 내일도 수료식 관련 훈련을 받는다고 하시네?
수료식이 가까이 다가오긴 왔나보다.ㅎㅎ
아들 볼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뜻이어서 좋긴 좋은데 각개전투 받느라 아픈 어깨 괜찮을지 모르겠구나
파스라도 좀 사서 바를 수 있으면 좋으련만...
마지막까지 몸 관리 잘 하는 거.. 알지???
엄마 아빠에게 오늘은 만감이 교차하는 하루였다
한편으로는 너의 마음도 그러했으리라 미루어 짐작해 본다
네가 잊지말아야 할 건 오로지 아프거나 다치지 않는 것이니 늘 긴장하는 거 잊지말구...
이제 행군만 남았네?
신교대의 꽃이라고 하더라마는 그만큼 힘든 훈련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러니 행군하기 전에 준비 철저히 해서 결코 낙오하는 일이 없도록 잘 하기 바란다
행군은 정말 자신과의 싸움이 될거야
특히 옆 동기가 힘들지 않게 행군 중에 재밌는 애기도 많이 해 주고 서로서로 도우며 잘 참아내길 바래.
경영아~
오늘도 고생 많았어
푹 쉬고.. 피곤한 몸 잘 관리하고 돌보도록 해
넌 엄마 아빠의 소중한 아들이니까...알았지?
내일 또 편지 할게.
잘..자..울 아들...
홧팅~~~~~~!!!
널 많이 보고싶은 엄마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