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28

2014. 10. 18. 21:37내 삶의 흔적들/얘기

 

 

 

 

아들, 안녕?

 

참으로 감동적인 하루가 지나간다

맑고 투명한 날이어서가 아니고 색동옷 곱게 갈아입은 예가을이어서도 아니다

주머니 속에서 느껴지는 깊은 떨림에 깜짝 놀라 엉겁결에 받은 너의 목소리가 내 가슴을 벅차게 물들였기 때문이다

뭔지 모를 그 뜨거움을 억누르며 는다는 게 그리 쉽지는 않더구나

그래..아빠가 그랬다

너무 기뻐서, 너무 보고 싶어서...

티를 내지 않으려고 했었는데,

아빠도 모르게 표출되는 그 감정을 조용히 삭히기엔 그 동안의 그리움과 기다림이 너무 컸었나 보더라

너와 통화했던 3분이라는 그 시간은 아마도세상에서 가장 짧은 시간일거다.

 

오늘 낮에도 얘기 했지만, 오늘 지인의 아들 결혼식이 있어서 참석하고 왔

어젯밤에 네게 편지를 쓰면서..

"혹시 엄숙한 호텔 결혼식이 진행되는 간에 전화가 오면 어떡하지?"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쩜 그렇게도 아빠 생각이 딱 들어 맞았을까?

다행스럽게도 출입구 쪽에 자리를 잡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예식장에 도착해서도 혹시나 전화가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식장에는 안들어가려고 했었는데...


 

아빠도 참 정신이 없긴 없나봐

이번에 전화가 오면 통화한 거 녹음을 해야겠다고..지난 번처럼 잊지 말자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막상 전화가 오니까 또 잊어버리고 있다가 나중에 1분 정도만 간신히 녹음했다

많이 아쉽고 또 아쉽더라

예식이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그 녹음을 들어보니 아빠 마음이 급해서 말도 발음도 너무 엉망이더구나

그래도 아들 아니랄까봐 잘 알아듣긴 하더구나

괜히 또 눈 앞이 흐려지고...ㅠㅠㅠ

 

미안하다 아들...

그냥 밝게, 환하게 웃어주며 많은 얘기를 했어야 하는데 그러지를 못했구나

너의 말대로 좋아서 그랬으니 이해하구...ㅎㅎ

그리고 널 보러 갈 땐 길에서 절대 헤매지 않고 잘 갈테니 걱정 마라

두 번의 실수가 있었지만, 아빠도 이젠 그 때보다는 많이 단단해진 느낌이 든다.

 

하늘이 도우셨는지, 주말마다 늘 출근하시던 엄마가 오늘 모처럼 쉬는 날이었는데 통화를 하게 되서 정말 좋아하시더라

출근 하셨으면 그렇게 바라던 아들 목소리 또 못들었을 텐데 말이다

늘 궁금해 하고 맘 않좋아 하셨거든...

통화를 할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스러웠는지 모른다

상점전화 덕분에 그렇게 기다리던 네 목소리를 아빠도 들을 수 있게 해 줘서 고맙구...

 

어제, 울 아들은 각개전투 훈련 받느라 고생하는데 아빠는 회사에서 야유회를 갔다 왔다

햇살도 좋고 단풍도 예쁘게 물들어 가고..

갈대며 억새며, 무리지어 햇살에 일렁이는 벅찬 풍경에 모두들 감탄사를 연발 하더구나

아빠도 그 속에 섞여서 잠시나마 마음속에 쌓였던 근심과 걱정과 일상의 부스러기들을 날려보내고 왔다

네 생각이 나서 좀 미안하더라, 네가 이해 좀 하구...ㅎㅎ

 

어제 많이 걸어서 그런 건지.. 예식장에 갔다 오자마자 피곤이 몰려와서 좀 자고 일어났더니 한결 가뿐하네

재영이는 오늘도 하루종일 방..콕..하며 컴터며 티비를 섭렵했나 보더라

지금도 거실에서 킥킥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걸 보니 또 무한도전인가 하는 그 프로그램을 보는가 보다

하여간...ㅎㅎㅎ

 

아들~~

주말엔 쉬는 줄 알았더니 오늘도 내일도 수료식 관련 훈련을 받는다고 하시네?

수료식이 가까이 다가오긴 왔나보다.ㅎㅎ

아들 볼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뜻이어서 좋긴 좋은데 각개전투 받느라 아픈 어깨 괜찮을지 모르겠구나

파스라도 좀 사서 바를 수 있으면 좋으련만...

마지막까지 몸 관리 잘 하는 거.. 알지???


엄마 아빠에게 오늘은 만감이 교차하는 하루였다

한편으로는 너의 마음도 그러했으리라 미루어 짐작해 본다

네가 잊지말아야 할 건 오로지 아프거나 다치지 않는 것이니 늘 긴장하는 거 잊지말구...

 

이제 행군만 남았네?
신교대의 꽃이라고 하더라마는 그만큼 힘든 훈련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러니 행군하기 전에 준비 철저히 해서 결코 낙오하는 일이 없도록 잘 하기 바란다

행군은 정말 자신과의 싸움이 될거야

특히 옆 동기가 힘들지 않게 행군 중에 재밌는 애기도 많이 해 주고 서로서로 도우며 잘 참아내길 바래.

 

경영아~

오늘도 고생 많았어

푹 쉬고.. 피곤한 몸 잘 관리하고 돌보도록 해

넌 엄마 아빠의 소중한 아들이니까...알았지?

내일 또 편지 할게.

 

잘..자..울 아들...

홧팅~~~~~~!!!

 

널 많이 보고싶은 엄마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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