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0. 18. 00:14ㆍ내 삶의 흔적들/얘기
아들아...
오늘 컨디션은 좀 어때?
많이 힘들었지?
추운 날씨에 각개전투에다 숙영까지 하느라 고생 많았구나
그래도 아무 탈 없이 무사히 복귀해 줘서 정말 고맙다
까맣게 그을린 너의 웃는 얼굴이 선명하게 눈 앞에서 아른거린다
이제 5일 만 더 고생하면 네 얼굴을 볼 수 있겠구나
그 날이 많이 많이 기다려지네.
중사님께서는, 내일인 토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수료식과 관련하여 네게서 전화가 올 거라고 하시더구나
긴 시간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간만에 네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기대감에 부푼다
엄마 아빠가 궁금한 건 늘 이런 것들이다
여전히 건강한지, 잘 지냈는지, 아픈데는 없는지, 훈련 받는데 큰 무리는 없는지 등등...
네게서 갑자기 전화가 오면 아마도 당황해서 무슨 말부터 해야 할지 생각이 안 날지도 모르겠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 일텐데 말이다
오늘 잠자리에 들면서, 주어진 시간 안에 너와의 통화시간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봐야겠다
내일은 또 서울에 결혼식이 있어서 12시까지 가 봐야 하는데 혹시나 그 때 전화가 올까 봐 조금 염려가 되기도 하네.
그리고 수료식이 있는 23일엔, 아빠 차로 엄마 아빠만 가게 될 것 같다
재영이도 갈 수 있으면 좋겠지만 학교 때문에 못가게 된다는 건 알고 있겠지? ㅎㅎ~~
오래간만에 우리 세 식구가 만나 오붓하게 좋은 시간들을 만들어 보자꾸나
네 손도 만져보고 싶고 네 얼굴도 쓰다듬어보고 싶고 의젓한 네 어깨를 강하게 안아주고도 싶다
빨리 그날이 왔으면 좋겠다.
울 아들을 못 본지도 어언 31일이 지나가네
참 많은 시간들이 아쉬움과 염려 속에서 속절없이 흘러갔구나
한 달이라는 시간이 이렇게 길게 느껴졌던 적은 아직 없었는데 말이다
기다리는 가족들은 그렇게 보냈다만 힘들게 훈련받는 넌 어쩌면 더 긴 시간으로 느꼈을지도 모르지...
엄마 아빠도 너도, 앞으로 많은 시간들을 또 이렇게 보내야 한다는 게 참 가슴아리다
그렇지만 이런 경험을 통해서 조금씩 조금씩 기다림에 익숙해 지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도 알게 되는구나.
내일은 토요일..
그런데 아들은 어떻게 지낼지 모르겠네?
며칠 동안 각개전투 하느라 고생 많이 했으니 그냥 개인정비 하며 푹 쉬었으면 좋겠다
아빠의 바람이다만...ㅎㅎ
수료식 날, 육군가와 전우도 합창 한다고 하시더구나
연병장에 전우 노래가 우렁차게 울려 퍼지면 아마도 많은 아버지들의 눈에서는 굵은 이슬방울이 흘러내릴지도 모르겠다
그 동안 고생한 아들들을 생각하며, 힘든 훈련을 잘 이겨낸 아들이 너무나 자랑스럽고 기특해서...
진정한 남자로 다시 태어난 널 보며 아빠는 무슨 수로 버텨낼 수 있을까?
너와 긴 대화를 하다 보니 시간이 많이 흘렀네
이 시간이면 벌써 피곤한 뭄을 눕히고 곤한 잠에 빠져있겠구나
널 다정히 내려다 보며 아빠게 네게 말한다
"아들아..
좋은 꿈 꾸고, 내일의 태양이 뜨면 가뿐한 몸으로 하루를 반갑게 맞이해라"
오늘도 고생 많았고 애썼다
편안한 주말 보내고 내일 또 보자.
울 아들 홧팅~~~!!!
네가 많이 그리운 엄마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