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27

2014. 10. 18. 00:14내 삶의 흔적들/얘기

 

 

 

아들아...

오늘 컨디션은 좀 어때?

많이 힘들었지?

 

추운 날씨에 각개전투에다 숙영까지 하느라 고생 많았구나

그래도 아무 탈 없이 무사히 복귀해 줘서 정말 고맙다

까맣게 그을린 너의 웃는 얼굴이 선명하게 눈 앞에서 아른거린다

이제 5일 만 더 고생하면 네 얼굴을 볼 수 있겠구나

그 날이 많이 많이 기다려지네.

 

중사님께서는, 내일인 토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수료식과 관련하여 네게서 전화가 올 거라고 하시더구나

긴 시간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간만에 네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기대감에 부푼다

엄마 아빠가 궁금한 건 늘 이런 것들이다

여전히 건강한지, 잘 지냈는지, 아픈데는 없는지, 훈련 받는데 큰 무리는 없는지 등등...

네게서 갑자기 전화가 오면 아마도 당황해서 무슨 말부터 해야 할지 생각이 안 날지도 모르겠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 일텐데 말이다

오늘 잠자리에 들면서, 주어진 시간 안에 너와의 통화시간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봐야겠다

내일은 또 서울에 결혼식이 있어서 12시까지 가 봐야 하는데 혹시나 그 때 전화가 올까 봐 조금 염려가 되기도 하네.

 

그리고 수료식이 있는 23일엔, 아빠 차로 엄마 아빠만 가게 될 것 같다

재영이도 갈 수 있으면 좋겠지만 학교 때문에 못가게 된다는 건 알고 있겠지? ㅎㅎ~~

오래간만에 우리 세 식구가 만나 오붓하게 좋은 시간들을 만들어 보자꾸나

네 손도 만져보고 싶고 네 얼굴도 쓰다듬어보고 싶고 의젓한 네 어깨를 강하게 안아주고도 싶다

빨리 그날이 왔으면 좋겠다.

 

울 아들을 못 본지도 어언 31일이 지나가네

참 많은 시간들이 아쉬움과 염려 속에서 속절없이 흘러갔구나

한 달이라는 시간이 이렇게 길게 느껴졌던 적은 아직 없었는데 말이다

기다리는 가족들은 그렇게 보냈다만 힘들게 훈련받는 넌 어쩌면 더 긴 시간으로 느꼈을지도 모르지...

엄마 아빠도 너도, 앞으로 많은 시간들을 또 이렇게 보내야 한다는 게 참 가슴아리다

그렇지만 이런 경험을 통해서 조금씩 조금씩 기다림에 익숙해 지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도 알게 되는구나.

 

내일은 토요일..

그런데 아들은 어떻게 지낼지 모르겠네?

칠 동안 각개전투 하느라 고생 많이 했으니 그냥 개인정비 하며 푹 쉬었으면 좋겠다

아빠의 바람이다만...ㅎㅎ 

 

수료식 날, 육군가와 전우도 합창 한다고 하시더구나

연병장에 전우 노래가 우렁차게 울려 퍼지면 아마도 많은 아버지들의 눈에서는 굵은 이슬방울이 흘러내릴지도 모르겠다

그 동안 고생한 아들들을 생각하며, 힘든 훈련을 잘 이겨낸 아들이 너무나 자랑스럽고 기특해서...

진정한 남자로 다시 태어난 널 보며 아빠는 무슨 수로 버텨낼 수 있을까?

 

너와 긴 대화를 하다 보니 시간이 많이 흘렀네

이 시간이면 벌써 피곤한 뭄을 눕히고 곤한 잠에 빠져있겠구나

널 다정히 내려다 보며 아빠게 네게 말한다

"아들아..

좋은 꿈 꾸고, 내일의 태양이 뜨면 가뿐한 몸으로 하루를 반갑게 맞이해라"

 

오늘도 고생 많았고 애썼다

편안한 주말 보내고 내일 또 보자.

 

울 아들 홧팅~~~!!!

 

네가 많이 그리운 엄마 아빠가...^^

 

 

'내 삶의 흔적들 > 얘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편지..29  (0) 2014.10.19
편지..28  (0) 2014.10.18
편지..26  (0) 2014.10.17
편지..25  (0) 2014.10.16
편지..24  (0) 2014.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