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0. 19. 21:55ㆍ내 삶의 흔적들/얘기
사랑하는 아들에게
아들아~
오늘 하루도 잘 지냈어?
오늘도 수료식 관련 훈련을 받는 줄 알았더니 개인정비 하며 쉬었네?
잘 쉬며 내일을 위한 준비를 했겠지?
완전군장에 장거리 행군을 하려면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한다
이제 막바지 훈련만 남았으니 긴장 늦추지 말고 지금까지 해 왔던 것처럼 열심히 즐기며 마무리해 보자
알겠지?
아빠는 오늘 친구들이랑 가까운 산에 다녀왔다
단풍을 보러 간 건 아니고 주말마다 특별한 일도 없이 조금은 무의미하게 보내고 있는 것 같아서...
아직 이 곳 까지는 단풍이 많이 들지 않아서 그리 화려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군데군데 붉고 노오란 단풍이 내려앉아,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힘들게 산을 올라온 많은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보람과 기쁨을 선물해 주더구나
사실은.. 자연에 물든 단풍보다는 흙먼지를 일으키며 줄지어 산을 오르는 사람단풍이 더 화려하고 곱더라. ㅎㅎㅎ~
몇 달 만에 산에 갔더니 왜 그리 힘들던지.. 조금 가다가 쉬고 또 조금 가다가 쉬고...
아침을 안 먹고 갔더니 힘이 없어서 겨우 겨우 따라갔다 왔네.ㅠㅠ
네가 군에 가고부터는헬스장에 한 번도 못 갔다
갈 시간도 없었지만 거기 갈 시간에 널 만나고 싶어서 그랬다는 표현이 맞을 거다
운동은 평소에 늘 해야 한다는 걸 오늘 다시 한번 뼈저리게 느낀 하루였다
아직도 다리가 뻐근~~하다.
엄마는 오늘도 쉬셨으니 집안 일 하시느라 바빴을 테고, 재영이는 어디 가지도 않고 집에만 있었나 보더라
일전에 천체관측 하러 강원도 쪽에 간다고 하더니 날씨가 안 맞아서 그랬는지 가지도 않았네
이제 점 점 날씨가 추워지면 강원도 쪽 산등성이에 올라가기 힘들어질 테지만들어 질 뭐 학교에서 알아서 잘하시겠지...겠지...
주일인 오늘, 울 아들은 교회에 간다고 했었는데 아직 사진이 올라오지 않아서 네 모습을 볼 수는 없구나
지금 시간이 8시 30분을 지나가고 있으니 좀 더 시간이 지나야 올라올 듯싶다
군종장교님이 주일에는 4군데를 다니며 촬영해서 저녁에 집에 돌아오신 다음 컴퓨터에 저장 후에 사진을 올리신다네?
그러니 당연히 늦어질 수밖에 없겠지...
이 편지가 마무리되더라도계속 사진이 올라오기를 기다려 보려고 한다
왜???
울 아들 얼굴이 무지무지 보고 싶으니까...ㅎㅎ~~
또 일주일이 이렇게 지나가고 널 보는 시간도 이제 4일 앞으로 다가왔네
5주라는 시간이 언제나 돌아올지..아니 그 시간이 돌아오기나 하는 건지 의심하며 처음 일주일을 보냈었는데
어느새 4일이라는 시간으로 바짝 다가와 있구나
시간 참 ...
오늘이 10/19일이니까...
총 복무일 638일 중 이제 33일을 복무했네
앞으로 605일 남았구나
1년 7개월 27일...
아들아...
아빠가 이 시간을 알려주는 이유는,
숫자상으로 보면 정말 많은 날들처럼 보이지만 하루가 가고 이틀이 가고,
한 달 한 달이 그렇게 네 몸속에 오롯이 녹아들다 보면 네 몸과 정신이 굳건해 지고
좀 더 긍정적이며 강하게 정립되는 시간이 될 거라는 걸 말해주고 싶어서다
물론 네겐 힘든 시간이 되겠지만 그 시간은 결코 헛되지 않으리라는 걸 확신한다
기다리는 엄마 아빠도 당사자인 네게도 결코 짧은 시간은 아니라는 걸 안다
그렇지만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네 시간을 투자한다는 마음으로 우리 잘 견뎌 내 보자꾸나
그러기 위해서는 너도 늘 노력하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담금질해야 한다
경영이는 잘해 낼 거야, 그치?
오늘도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던 시간이 길어졌구나
울 아들도 지금은 편안히 잠자리에 들 시간이네?
엄마 아빠의 마음이 전해져 포근하고 따뜻한 밤이 되었으면 좋겠다.
사랑하는 아들...
잘 자고.. 좋은 꿈 꿔..
내일 또 편지할게.
내일도 홧팅~~~^.~
널 많이 사랑하는 엄마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