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9. 29. 23:18ㆍ내 삶의 흔적들/얘기
회사 때려 쳐
지금도 월말이 되면 나는 심한 업무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마감에 대한 부담감과 약속을 해 놓고도 그것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 때문에 그렇다
요즘은 아예 불리한 전화는 받으려고 하지도 않는다
휴대폰에 발신자 번호가 뜨면서 부터다
그것이 큰 면죄부라도 되는 것처럼 악용한다
문명의 이기가 사람의 이성을 갉아 먹는 것 같다
일단 그 자리를 모면하기 위해서 지키지도 않을 약속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는 그것을 양심이라고 말하는 사람들...
염려스럽다..
점점 더 사람들을 믿지 못하게 되는 것이...
약속을 해도 그것이 지켜지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먼저 해야만 하는 현실이 너무 싫다
때로는 알면서도 그렇게 약속을 받아야 한다
그런 현실이 나를 더 자극한다
거짓말을 그저 대수롭지 않게 마구 해 대는 것...
그것이 안타깝다
목구멍에서는 뭔가가 꽉 막혀오고 머리위에선 정말 뚜껑이 열리기 일보 직전까지 간다
이런 나날이 한달 쯤 이어지다 보면 월말에는 조금만 건드려도 터질 것 같은 충동을 느낀다
나름데로는 좋은 생각을 하며 마음도 다스려 보고
온몸이 젖고 근육이 아프도록 심하게 운동도 해 보지만 마음 한 구석에 남아있는 그 무언가를 다 털어 버리지는 못한다
그래서 한 달에 한 두 번은 꼭, 입술에 물집이 잡히거나 눈의 혈관이 터져서 나타난다
그 결과물은 일주일 정도는 지나야 가라 앉지만
그 흔적은 오랫동안 훈장처럼 나를 따라 다닌다
가끔 그 스트레스를 풀지 못하고 집에 들어와서도 시무룩하게 있으면 집사람은 내게 묻는다
뭔 일이 있냐고...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은 하지만 내 표정에는 벌써
"나 뭔 일이 있소"
라고 쓰여 있단다.
한참 후에 내가 말을 꺼낸다
"있잖아 ~
이러다가 휙까닥 돌아버리면 어쩌지?
나 회사 그만 둘까봐"
이러면 더 이상 물어 보지도 않고 시원한 한방이 날아온다
"그래?
그렇게 힘들어?
그럼 회사 때려치고 집에서 쉬셔
내가 벌어올께"
이런...!!!
저 인간이 말은 저렇게 해도
그렇게 하지는 못하리라는 것을 알고 그러는 건지 표정도 변하지 않고 아주 서슴없이 날아온다
그래..마누라...
말이라도 참 고맙네.
그런 말 한마디가 내겐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모를거다
그래도 내가 가장인데 아무려면 남편이 집에서 놀 수야 없지...
참고, 참고 또 참으며 열심히 가장 노릇은 해야겠지?
또 한번의 월말이 나를 스쳐갔다
이번에는 별 피해를 주지도 않고...
명절을 끼고 긴 휴일이 지난 다음인데다가 그 동안 미뤄 두었던 모자란 잠까지 아주 실컷 잔 탓일까?
난 오늘도 그런 어지러운 생각들을 비우기 위해
내 마음을 알아주는 조용한 노래들을 따라 부른다
나를 위로하는 그 노래들을...^.~
2007.09.29..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