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타는 남자

2007. 10. 17. 22:30내 삶의 흔적들/얘기

 

 


 

가을타는 남자

 

 

 

 

친구가 보고 싶었다

그래서 그런지 그곳을 향하는 발걸음이 무척이나 가벼웠다

 

마음 한 구석을 짓누르는 계절의 무게와 공허한 바람만 비껴가는 가을 햇살마저도

차창을 스치는 웃음속으로 묻혀 버렸다

 

허기진 정신과 의욕 마저도 버겁게 느껴지는 지금의 일상들 속에서

미지의 세계를 찾아 가듯이 두근거림과 떨리는 마음으로 춘천으로의 첫발을 디뎠다

그렇게도 가보고 싶었으나 내 의지대로는 가보지 못했던 그 곳.

마음 먹고 내 달리면 두 시간도 걸리지 않는 거리를 그렇게 망설이고, 망설이며 가슴 졸였지...

 

화사한 얼굴은 쉴 새 없이 일상의 먼지들을 털어내고

그 속에 갇혀있던 나는 점점 더 가벼워진다

 

가끔씩, 힘 샌 바람이 앞을 막고 많은 차들이 길을 가려도

가을 옷으로 새 단장을 하고 고운 시선으로 나를 바라봐 주는

자연의 예쁜 얼굴이 거기 있기에 발걸음이 가벼웠다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친구를 보는 것 또한 즐거움이다

 

늘 바쁘게 살아서 그런건지 그의 얼굴에선 세월도 비껴가고

옛 모습 그대로인 얼굴과 잘 다듬어진 웃음도 예쁘다

 

여전히 아름다운 그때의 추억들은,

아직도 고드름처럼 내 마음속 처마 끝에 매달려 있는데

환한 미소속의 그는 여전히 그 모습 그대로 내 앞에 서있다

 

이것 저것 구경하느라 시간가는 줄도 몰랐다

허기진 배를 채워 준 맛있는 닭갈비와 짧았지만 함께 나누었던 이야기들이 좋았다

 

그렇게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나의 눈 속에 가두어 놓기엔 충분한 시간이었다

그 뿌리들을 잘 감싸고 다듬어서 나의 또 다른 추억의 방에 심어 놨다

언젠가 함께 할  이야깃거리를 기대하며...

 

친구야, 고마웠다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아서...

 

그대의 배려가 있엇기에 하루의 시간을 즐거움으로 함께 할 수 있었다

더욱 성숙해진 고운 미소와 반갑게 맞아주는 그 마음 또한 고마웠다

앞으로도 늘 그렇게 살아가자.

 

 

 

 

어느 가을 날

가을타는 남자가...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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