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10. 21. 20:29ㆍ내 삶의 흔적들/얘기
일요일을 보내며
이틀 밤낮을 앓아누워 있었다
큰 바위에 부딪친 것 같은 머리의 통증과 뼈마디가 오그라져 오는 고통과
봇물 터지듯 흘러내리는 땀 속에서...
가을을 닮아 흔들리는 내 마음을 어떻게 알았는지 용케도 찾아와서
한바탕 내 모든 혈관을 휘젓고는 유유히 사라졌다
찬바람 때문인가?
가을 타는 내 마음 때문인가?
일요일 아침, 아직도 무거운 발걸음을 춘천으로 향했다
강촌 리조트에서 있을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휘청거리는 다리를 차 바퀴위에 고이 모시고는
아침햇살을 받으며 출발한 고속도로는 생각한 것 보다 막히지도 않았다
다만 창문 틈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다소 쌀쌀 할 뿐
북한강변을 따라 도착한 그곳에는
여러 종류의 나뭇잎들이 울긋불긋한 옷으로 변신하는 중이었고
그 중앙에 위치한 흰색의 건물과 조화를 이루며 잘 지내고 있었다
고즈넉한 분위기의 건물 앞으로는 아직도 푸른 초록이 넓게 퍼져있고
많은 음식을 앞에 두고도 별로 생각이 없다
이럴 때 많이 먹어 둬야 하는데...
아직도 입맛을 찾지 못 한 탓이다
가벼운 음식으로 허기져 죽겠다는 배를 겨우 달래 주고는
초록의 잔디 위에서 기념사진을 몇 장 찍고는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한결 부드러워진 바람의 기척에 창문을 여니 강물위로 흐르던 햇살이 환하게 웃어준다
보석처럼 투명하고 밝은 모습으로...
이렇게 10월의 어느 일요일이 또 지나간다
한 번 아플 때마다 조금씩 더 성숙해 진다고 하던데 난 아직도 크고 있나 보다
그래도 너무 빨리 성숙하면 안 되니까 앞으로는 조금씩 만 아팠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