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10. 27. 11:58ㆍ내 삶의 흔적들/얘기
음주 결혼식
1991년 10월 27일..
오늘로 꼭 16년이 지나갔다
그날의 그 가슴 떨리던 느낌과 주체할 수 없었던 긴장감이 함께 한 것이....
스물 아홉을 짝도 없이 홀로 보내며 한 달 남은 12월의 날들을 외로움과 서러움으로 보내고 있을 때
서울에 사는 누나로부터 받은 한 통의 반가운 소식의 전화..
종로의 어느 뷔페 식당에서 그녀를 처음 만난 건 1990년12월4일의 어느 화요일이다
아침부터 들 뜬 기분으로 하루를 기분 좋게 보내고 약속한 그 곳에 도착한 시각은,
초겨울의 싸늘한 기온이 벌써 조그마한 온기를 나르던 태양을 저 수평선 밑으로 밀어 넣은지 꽤 많은 시간이 지난 후였다
무드 있는 조명 아래에서의 첫 대면은 나의 가슴을 심하게 두드리고 있었다
주위 사람들의 시선도 그러하려니와 호기심 가득 찬 서로의 시선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면서 평온함으로 이어졌다
서글서글한 눈이며 환한 얼굴, 말투 속에 머금은 잔잔한 그 미소며...
생각한 것 이상으로 마음에 드는 사람이다
처음 경험해 보는 맞선이라는 자리와 그 분위기에 눌려서 자꾸만 작아지는 내 자신이 나를 초조하게 했다
그날은 어떻게 음식을 먹었는지,
무슨 말을 했는지도 모르게 시간은 둘 사이를 갈라놓았고 후일을 기약하며 아쉬워 했다
사람들 사이의 인연이란 게 무엇인지...
원래 내가 선 보기로 했던 여인은 따로 있었다
내가 선을 본 그 여인의 친구..
후에 안 일이지만 학교를 같이 다닌 친한 친구였다
이쁘고 깜찍하게 생긴...
그렇게 열 달을 사귀고 결혼을 했다
결혼 당일...
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가슴은 왜 그리도 두근거리는지...
도저히 마음을 진정시킬 수 없어서 친구녀석에게 부탁을 했다
가까운 가게에 가서 소주 한 병을 사서는 맥주 잔에 부어서 반병씩 나눠 마셨다
입맛이 없어서 아침도 제대로 먹지 못한 탓인지 25도의 알코올이 목 줄기를 타고 빈속에 내려앉자마자
알딸딸한 기운이 온 몸으로 퍼진다
생각해 보면,
서둘러 올라 와 하객들을 맞이하는 동안에 그 알코올은 내 맘 한쪽을 완전히 장악 하고는 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 것 같다
두근거림과 설렘과 두려움마저도...
오늘 다시 그 때를 생각하자니 내 가슴은 또 큰 소리로 그 분위기를 전해주고 있다
그때의 두근거리는 가슴을...
설레이는 마음을...
결혼 기념일을 보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