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평에서의 하루

2008. 1. 15. 16:54내 삶의 흔적들/얘기

 

 

용평에서의 하루

 

 

 

 

조심스럽게 미끄러운 길을 헤치고 도착했다

눈이 내리는 용평에 도착한 시각은 해가 넘어 간지 꽤 오랜 후였다

 

벌써 많은 방에는, 사람의 도착을 알리는 밝은 불빛이 새어 나오고 있고

가지마다 수북하게 쌓인 수정 같이 투명한 눈이 나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두 손 가득 하얀 세상을 뭉쳐 어두운 공기 사이를 힘껏 날려 보냈다

손끝에 전해져 오는 짜릿한 차가움이 온 몸으로 퍼지니 어린아이처럼 가슴이 또 설렌다

 

이 밤이 지나고 아침이 오면 처음 이곳에 왔을때의 그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흰 눈 위를 미끄러져 지나가고 있겠지...

 

 

 

 

 

 

시야를 가리는 눈 때문에 와이퍼는 바쁘게 움직이고

고속도로에 설치된 전광판에서는 연신 영동지방의 대설 경보를 알려준다

핸들을 잡고 있는 손에 약간의 걱정스러움이 전해져 온다

 

이렇게 또 한 번의 용평스키장의 얼굴을 보게 됐다

이건 순전히 덤으로 따라 온 특혜다

개인적으로, 가족과 다녀 올 시간과 재정 상태가 그리 좋지 않은 나로서는

하루 동안 스키를 즐길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담당하는 업체의 일정에 따라

하루 운전으로 봉사하는 댓가 치고는 아주 호강을 한다고나 할까?

운전이 좀 피곤하고 신경이 쓰이는 것 이긴 해도 이 정도 쯤이야 웃으며 감수해야지...

 

 

 

 

 

 

매우 춥다는 일기예보를 본 터라

얼굴 가리개에 빵 모자 그리고 내복까지 껴입고는둔한 차람으로 눈 위를 밟았다

 

아침 8시 10분.

아직은 좀 이른 시간이라 준비하는 몇 몇 사람들만 종종걸음으로 지나가고

난 잠시 눈에 들어오는 많은 느낌들을 차곡차곡 채워 넣고 있다

 

아직도 눈이 내리고 있다

곤돌라를 타고 15분 쯤 걸려 정상에 올라가니 바람 없는 산 정상은  온통 눈 천지다

긴 호흡으로 잘 정화된 신선한 공기를 몇 모금 들여 마시고 주위를 둘러보니 그야말로 환상적인 풍경이다

 

햐~~정말 멋있다

옛날,눈이 많이 내리던 고향에 살면서도 이런 경치를 본 적이 있었던가?

나무들마다 한 아름씩 안고 있는 눈의 무게가 얼마일까?

가지가 휘어지도록 육중한 무게로 높은 곳에 걸터앉아

세상을 내려다보고 있는 하얀 눈들이 눈이 부시도록 곱다

 

여전히 눈을 품고 있는 먹구름 사이로,

무슨 인간사가 그리도 궁금한지 가끔 빼꼼히 얼굴을 내미는 무채색의 햇살이 마치 개구장이의 얼굴 같다

오후가 되어 푸른하늘이 얼핏얼핏 보일 때 까지 개구장이는 그렇게 숨바꼭질을 하며 나와 놀아 주었다

 

 

 

   

 

 

 

 

 

 

 

 

 

스키는 타는 둥 마는 둥... 

정상에서 날 기다리는 이 눈들과 풍경에 반해서 날 찾는 일행들의 이어지는 휴대전화도 받지 못하고

목마름도 참아가며 연신 카메라에 담기 바빴다

잘 찍지는 못하지만 나만의 즐거움으로 내 공간을 채우고 싶었다

 그리고 어설프게 그 공간을 나만의 색깔로 그리고 왔다

 

뒤돌아 보니 새해가 시작 된지 벌써 보름이 지나간다

 내가 맞이했던 용평에서의 짧은 하루는 조금은 느슨해진 내 마음에 소중한 경험과 멋진 추억

그리고 신선한 충격으로 오랫동안 간직 될 것이다

 

가끔 삶이 힘들어질 때 그 마음을 열어 기쁨에 못 이겨 탄성을 지르던

      그 소중한 시간들을 하나씩 꺼내 봐야지...^.~

 

 

 

 

용평스키장을 다녀와서...

    2008.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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