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오는 날

2007. 12. 15. 22:33내 삶의 흔적들/얘기

 

 

 

눈 오는 날

 

 

 

 

눈 오는 날 아침은 참으로 부산하다

아침을 깨우는 목소리는 수탉의 목청처럼 우렁차고 눈 뜨는 시간부터 출근 전쟁이 시작된다

 

아침도 먹는 둥 마는 둥 대충 넘기고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지각을 면해 보려고

다급해진 걸음으로 큰 길로 나와 보지만 끝도 없이 주차장으로 변해버린 도로는 앞으로의 전진을 불허한다

 

에라 모르겠다

좀 느긋한 마음을 먹으며 라디오 음악 채널에 주파수를 맞추고는

귀에 익은 리듬에 내 마음 띄워 보지만 불안한 마음은 가실 줄을 모른다

 

1km를 가는데 한 시간 ...

10km를 가는데 벌써 두 시간 째다

이거 출근을 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

회사에 전화해서 못 간다고 말해 버릴까?

아니지...

다른 사람들은 다 왔는데 나만 빠지면 안 되지

 

이리저리 전화해서 상황을 알아본다

나뿐만이 아니라 도착한 사람들이 아직 절반도 안 된단다

차라리 잘 됐네 뭐

천천히 가도 되겠네

 

까칠해진 입안을 달래 주려고 사탕 하나를 까 넣으니 마음이 한결 편안해 진다

 

두 시간 반에서 세 시간 반이 걸린다

35km를 가는데...

이쯤 되면 가히 전쟁이라는 표현을 써도 크게 어긋나지는 않을 거다

 

이거 이사를 해야 되는지

아니면 회사를 집 근처로 옮겨 오든지 무슨 수를 내야 하는 게 아닐까?

 

                                                                   

                                                                   

 

  2007.12.15.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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