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원에서의 하루

2008. 1. 26. 11:28내 삶의 흔적들/얘기

 

 

 

 

 

하이원 에서의 하루

 

 

 

 

 

 

가까운 곳이든 먼 곳이든,

여행을 한다는 것은 매우 가슴 벅찬 일이다.

더구나 여행을 많이 해 보지 못 한 나로서는 더더욱 그렇다.

늘 그렇듯, 한 번도 가보지 못 한 곳에 간다는 것...

그것은 도전이자 또 다른 새로움의 시작이기도 하다.

나는 그 때의 호기심 가득한 시선으로 그 날의 하루를 되돌아본다.

 

2008년 1월 22일.

 하루를 묵게 될 하이원 마운틴 콘도에 도착했다.

긴 여정을 마무리 한 이 시간에도 솜털 같이 가벼운 눈들이

깊은 산중의 어둠을 뚫고 도착한 객들을 조용히 맞이하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다소곳이 내려오는 그 모습이 산골 소녀의 미소처럼 무척이나 수줍어 보인다.

 

이미 도착한 여러 대의 자동차 지붕 위에는

층층이 쌓인 눈들로 인해 도착한 순서를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발목까지 빠지는 주차장을 나와 꽤 많은 눈들을 맞으며 그 주변을 한 바퀴 돌았다.

 

홀로 어둠을 지키고 서 있는 외로운 가로등의 머리 위에도,

오랜 시간 동안 맞아 온 겨울 바람과 켜켜이 쌓인 눈의 무게 때문인지,

키도 크지 못한 채 왜소한 몸매를 유지한 나지막한 소나무의 어깨 위에도,

그 소리 없는 눈들은 아직도 지칠 줄 모르고 그들의 계절을  성실하게 맞이하고 있다.

 

하루를 정리한 듯,

가끔씩 내려오는 자동차의 강렬한 불빛이 반딧불처럼 날아다니는 흰 점들을 뚫고 깊은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끝이 없어 보이는 어둠 속으로...

 

 

 

 

 

 

 

 

 

 

한 쪽 옆에서, 홀로 이 계절을 이겨내고 있는 한 그루의 나무는

무릎 높이까지 차 올라 온 눈에 발목을 잡혀 오도가도 못하고

한 겨울의 중심에 서서 사람들의 발길과 시선을 갈망하고

조금 오른쪽으로 눈을 돌려보니 그곳엔 키 큰 낙엽송 군락이 눈에 들어온다.

 

신선한 공기와 맑은 물만 먹어서 그런지

한결같이 늘씬한 키에 쭉 쭉 뻗은 팔이 참으로 시원스럽다.

산 아래쪽으로만 길게 뻗고 있는 그 팔뚝 위에도

하얀 가루는 마치 잘 만들어진 근육처럼 곱게 내려앉아 있다.

 

또 그 옆으로는 야간 스키를 즐기는 사람들을 위해 종종걸음으로 바삐 움직이는 곤돌라가

겨울 바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쉴 새 없이 오르내리고... 

 

 

 

 

 

 

 

 

아침 9시 30분...

엄청 춥다는 사람들의 말을 들은 터라 완전 무장을 하고는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산 정상을 향했다.

한참을 오르다 보니 덜컹거리는 곤돌라의 창 밖 풍경이 이채롭다.

점 점 위로 올라갈수록 자욱한 산 안개가 시야를 가려 10여 미터 앞도 분간하기 힘들다.

이제 겨우 초보 수준을 넘은 나의 스키 실력으로는 참으로 가슴이 떨리는 광경이다.

 

20여분을 올라왔을까

곤돌라의 문이 열린 그 곳에는 바람도 많이 불고 안개도 자욱하다.

대충 준비 운동을 하고는 앞서거나 뒤서거니 아홉 명의 사람들이 몸을 풀 요량으로

초급자 그 긴 코스를 하나 둘 미끄러져 내려간다.

그 사이에 섞인 나는 약간의 두려움으로 앞 만 보고 열심히 따라 간다.

 

별로 잘 타지도 못하는 스키 실력으로 베테랑 같은 사람들의 꽁무니를 하루 종일 따라 다녔다.

헤라 아폴로 아테나 그리고 빅토리아...

때로는 미끄러지고 때로는 굴러 쓰러지고 때로는 다리에 힘이 빠져 자빠지고...

 

오후 5시까지 쉬지도 않고 초보자 코스에서 상급자 코스까지

두려움 반 기대 반으로 돌아다닌 하이원에서의 하루는 재밌고도 힘든 하루였다.

짙은 안개와 눈 때문에 멋진 사진을 제대로 찍지 못 한 것이 못 내 아쉬움으로 남는다.

 

가끔, 모든 것을 접어두고 자연과 함께 해 보리라던 내 생각 속에

오늘의 하루는 결코 잊혀지지 않는 시간으로 기억 될 것이다.

 

나는 오늘, 내 가슴속에 좋은 추억 하나를 또 새겨 넣는다.

결코 잊혀지지 않을 추억을...

 

 

 

 

 

하이원을 다녀와서...

2008.01.26..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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