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의 기도

2009. 7. 23. 23:41내 삶의 흔적들/생각

 

 

거친 바위 피부 속 화석 같은 시간이 깨어

깊고 깊은 비밀을 걸러 내 모아 둔

마을 위의 작은 우물

 

홀로 지샌 시린 달빛이

아이의 꿈속으로 스며들 때

스산한 바람도 의연하게 새벽을 걸어 나오고

 

잠자는 아이의 귓볼을 스쳐 온

서리같이 풀 먹인 치맛자락이

사각사각 소리를 내며 순결한 그곳을 찾는다

 

정안수 한 사발 살며시 떠내어

정갈한 하늘에 모셔두고

손금이 닳도록 열렬하던 님이여

 

구부렸다, 일어났다

연골이 닳아 눈물이 되어도

한 달에 한 번, 님은 언제나 거기 계셨다

 

무엇을 그리도 간절하게 빌었을까

무엇을 그리도 애절하게 원했을까

 

아무도 보지 않은 새벽하늘을 이고

졸린 눈 비비며 서 있던 감나무 가지위의 그 새벽은

님의 생각을 소상히 알고 있으련만

 

여전히 정화되지 않은 세상을 돌아

님의 기척을 찾아 기웃거리는 이 시간

그 날의 그 새벽은 흔적이 없는데

 

긴 그림자 지켜보던 놀진 하늘에선

주먹 만 한 그리움이 내 마음을 적시며

저 깊은 기억 속으로 스며든다.

 

 

 

2009.07.23..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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