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 생각
2009. 6. 9. 11:10ㆍ내 삶의 흔적들/생각
얇은 몸 다소곳이 여미고
시커먼 얼굴에 앉아 있으려니
그 열기가 온몸으로 퍼져온다
나고 자란 그 집
비닐하우스 속의 열기에야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아득하기만 하던 그때의 시름도
전해오는 이 뜨거움에 놀라
다시금 내 피부에 되살아나고..
인생이 다 그런 건가
이 더운 계절에
누구는 얼음과 팔짱끼고
맛깔 나는 오이냉국 되고 싶지 않을까
누구는 배낭 속에 고이 업혀
바위산 깊은 그늘에 등 기대고 싶지 않을까
덤덤한 집안에 조용히 머물다
바람 인 듯 어둠 인 듯
사뿐히 지나가는 저녁 시간에
내 몸 한 조각에 고른 숨 배어나는
촌놈의 어색한 미소를 보는 것도
그리 나쁜 인생은 아닌 듯하다.
근데..
오이의 생각은 어떨지...
2009.06.08..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