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2009. 7. 9. 10:59내 삶의 흔적들/생각

 

 

빛 바랜 옛 사랑을 살며시 꺼내

빨랫줄에 걸어 놓았다

 

희미한 그리움을 자루에 담아

바지랑대 끝에 매달아 놓았다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빗줄기와

사나운 바람에 몸을 꼬더니

 

뼛속까지 스며든 이기심을 머금고

구정물이 뚝뚝 떨어진다

 

이 기회에

가볍지 않은 마음들도 모두 꺼내

바닥에 널어놓았다

 

억센 발자국을 남긴 그 자리엔

오롯이..

고요만 남아있다

 

이젠,

비가 그치기를 기다려야지

 

차 한 잔 손가락에 걸어 놓고

은은한 노래를 들어야지

 

쪽빛 하늘에 물든 나비의 날개처럼

투명하게 변한 나의 일상들을 다시 담아야지

 

비가 오는 날은

묵은 가슴을 청소하는 날이다

 

 

 

시원스럽게 비 내리는 날에...

 

2009.07.09..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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