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장
2009. 8. 9. 13:47ㆍ내 삶의 흔적들/가족
수영장
휴가를 받았으면 수영장에 가야한다는 작은 녀석의 성화에 못 이겨
수영복과 모자를 챙겨 수원 종합운동장 야외 수영장으로 향했다.
햇살은 구름 속에 얼굴을 묻었다가 심심하면 한 번씩 고개를 내밀어 잘 가고 있는지 내 일거수일투족을 내려다보는 것 같고
옆에 앉아 걸음을 재촉하는 녀석은 신이 나서 룰루랄라다.
수영장는 사람들로 벌써 만원이다.
오후 6시 쯤 되니 물이 들어갔는지 귀는 먹먹해지고 체력은 바닥을 보이는데
5시간이 넘게 쉴 새 없이 놀던 녀석은 지치지도 않나보다.
아직도 미끄럼틀에서 온갖 포즈를 취하며 쏜살같이 내려오기를 반복하고 있다.
폐장 시간인 오후 8시 까지 있겠다는 녀석을 겨우 설득해서 집으로 돌아왔다.
20년 만에 수영복을 입어보던 날..
아직도 어깨엔 그 하루의 햇살이 만들어 놓은 쓰라림만 남아 밤잠을 설치게 한다. 으~~
2009.0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