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4. 21. 21:50ㆍ내 삶의 흔적들/얘기
어젠 막내 녀석의 생일이다.
15번째로 맞이하는 생일 날 아침 출근을 하며, 녀석이 일어나면 미역국이라도 좀 끓여주라고 했다.
직장을 다니느라 늘 피곤하다며 집에만 오면 파김치가 되는 집사람이 요즘은 달력에 표시를 해 두고도 깜빡깜빡하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나중에 전화가 왔다
저녁에 끓여주면 되지 뭐.
잉?그럼 안 끓여 먹여 보냈단 거지?
퇴근길에 작은 케익을 하나 샀다.10시 20분 쯤 들어 온 녀석이 책가방을 내려놓자마자
배가 고파 죽겠다며 허겁지겁 밥을 먹는다.
10분 후에 과외 선생님이 오신다고...
일주일이 두 번 하는 과외 공부..근데 왜 하필 오늘이지?
밥을 먹고 있는 도중에 초인종이 울렸다.선생님이 오셨다.
시간이 칼이다.
잠시 방에서 기다리라 말씀드리고 꾸역꾸역 마지막 한 숟가락까지 떠넘기는 녀석.
에혀~~~!
10시 40분에 시작 했으니까 끝나면 12시 10분 쯤..
녀석도 선생님도 고생이다.공부가 뭔지 원...
그때 케익이라도 자르려고 15개의 초를 꽂아놓고 기다린다.
정확하게 12시 20분에 과외가 끝났고 늦은 길 조심해서 잘 가시라 말씀드리고는
큰 녀석과 집사람을 불렀다.
거실에 앉아 준비를 다 해 놓고 몇 번을 불렀는데도 집사람이 영 나오질 않는다.
벌써 꿈나라로 마실을 간 걸까?피곤하긴 하나보다. 쩝~~!
할 수 없이 세 부자가 거실에 둘러앉아 은은한 촛불을 밝혀놓고는
자정이 넘은 시간에 박수를 치며 생일축가를 불렀다.
자른 케익 한 조각을 게 눈 감추듯 먹어 치우는 녀석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그래도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든다.
엄마가 이래도 되는 건가?
미안하다 아들아 아빠가 내년엔 좀 더 근사하게 해 줄게.
2011.0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