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2011. 5. 2. 10:22내 삶의 흔적들/얘기

 

 

 

5월은

 

 

 

 

 

700Km 주말을 달리고 온 지친 애마를 깨워 또 다른 세상 밖으로 고삐를 당긴다.

월요일의 하늘은 온통 뿌연 먼지로 덮여있다.

 

출근 시각을 넘긴지 벌써 20분..

어디서 사고가 났나?

먼지에 용해 된 도로 위의 차들은 줄줄이 망부석이 되어 졸고 있고

나는 그 틈새에 비집고 앉아 나만의 시간들을 채워본다.

 

친구가 선물해 준 CD를 하나 꺼내 조심스레 귓속으로 밀어 넣는다.

CCM의 청순하고 순결한 천사들의 음성들이 피부에 닿으니

먼지가 제거 된 청명한 5월의 아침이 잔잔하고 감동적으로 다가오는 듯 하다.

 

 작고 예쁜 빨강색 표지의 시집 한 권을 펼쳐들고

그의 영혼 속에서 이제 막 세상 밖으로 일탈을 시도한 친구의 속마음을 들여다본다.

울분을 삭이는 어달리의 바다가 보이고 침묵이 켜켜이 녹아있는 뒷골목의 컴컴한 불빛이 느껴진다.

 

가자미 눈으로 천천히 읽어 간다.

부드럽고 온화한 단어들 위로 고뇌와 삶의 희망들이 파노라마처럼 오버랩 되고

형이상학적 사고들로 심란했던 일상이 하나 둘 제 자리를 찾아가는 듯 하다.

 

문득, 속마음을 선 뜻 건네 준 친구의 우정이 고맙다.

 

천천히 음미하는 싯구 사이사이로 무채색 자동차들이 비집고 들어오면

깜짝놀라 빗나간 시선을 고쳐 잡고는 다시 그 자리를 맴돌고...

 

예전부터 버리려 했던 조급한 마음을 한봉지 들어올려 창 밖에 쏟아버리고 나니

갑갑하고 복잡하던 월요일 아침이 한결 여유롭다.

 

친구들 덕분에 주말을 삼킨 억센 비 바람 속에서도 나는 큰 보물들을 얻었다.

 

5월은,

놀랍도록 투명하게 변해가는 이 5월은 

이렇게 반짝이는 친구들의 마음속에서부터 시작됐다.

 

 

 

2011.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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