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8. 15. 18:00ㆍDSLR 이야기/풍경
매봉산에 오르다
한참을 기다려 태백산 매봉산 정상으로 가는 25인승 셔틀버스에 몸을 실었다.
오후 6시 이후에는 자가용으로도 올라갈 수 있다고는 하지만 갈 길이 먼 관계로 이 셔틀버스를 이용하기로 한 것이다.
비탈진 길을 한참 돌아 버스가 도착한 곳은 해발 1000m 웃도는 고지..
그래서 그런지 옅은 안개와 시원한 바람이 흘린 땀방울들을 말끔히 식혀준다.
피부에 닿는 느낌부터가 산 아래쪽과는 사뭇 다르게 다가온다.
30여분을 걸어서 정상으로 향하는 길에 땀은 다시 이마를 타고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데
비탈진 밭 수십 만평에 오와 열을 맞춰 앉아있는 건강한 배추들을 보니 탄성이 절로 나온다.
이 넓은 돌맹이 밭 가득 배추를 심은 사람들은 누구일까?
그분들이 존경스럽다.
다행히도 좋지 못 한 날씨와 환경 속에서도 무탈하게 잘 자라고 있는 억척스러운 배추들이 어여쁘다.
정상에 위치한 바람의 언덕을 지나자 큰 바람개비 날개가 휙휙 소리를 내며 자신의 위용을 뽐내며 서 있다.
동해의 푸른 바다를 타고 거친 산맥을 스쳐 온 바람의 소리가 아마도 저 바람개비 날개에서 나는 억세고 웅장한 소리일 것이다.
30분 정도의 시간밖에 없어서 오늘은 금대봉만 만나고 왔다.
다음에 다시 간다면 매봉산 정상에서 이 웅장한 광경을 한눈에 내려다 보고 싶다.
여름이라고는 하지만 정상에 위치한 바람의 언덕에는 이미 가을을 닮은 바람과 연인들의 사랑스런 속삭임이 불어오고 있었다.
2011.0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