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2. 23. 11:18ㆍ내 삶의 흔적들/얘기
가슴이 아픈 날
오늘은 참 가슴이 아픈 아침이다.
같은 반 친구들의 괴롭힘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어느 중학교 2학년 아이의 유서 때문이다.
장문의 유서를 읽어 내려 가는 동안 나도 모르게 긴 한숨과 뜨거운 눈물이 흘러 내린다.
가족을 생각하는 아이의 마음이 이뻐서 그렇고 생각이 바른 아이라서 그렇다.
그 힘들었을 시간 동안 누구 하나 알아차리지 못하고 해결해 주지 못 한 것에 대한,
기성세대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못 한 것에 대한 미안함과 아쉬움이 커서 더욱 그렇다.
그렇게 착한 아이가..
그렇게 생각이 깊고 정이 많은 아이가 왜 그렇게 극단적인 행동을 했는지...
나쁜 생각을 하기 전에 형이나 부모님한테 한 번 쯤 자신의 아픈 마음을 이야기라도 해 봤더라면...
자신이 직면하고 있는 현실이 힘들다고, 아니 억울하다고 한 번 만이라도 투정해 봤더라면...
어떻게 해야 좋은지 한 번 만이라도 좀 상의해 봤더라면...
그런 부분이 너무나 아쉽고 아쉽다.
가족이라는 게 무엇인가.
기쁨을 함께 하고 아픔을 서로 나누며 위로하고 이해해주는 공동체인데
왜 한마디 상의조차 하지 않았을까?
엄마 아빠를 그렇게 이해해 주고 사랑했으면서도...
그래서 더 가슴이 아리다.
가족들이 힘들어 할까봐 속으로만 삭이는 그 심성이 예뻐서...
아이를 둔 부모의 입장에서 어찌 할 수 없는 이 작은 힘이, 현실이 너무나 속상하다.
갑자기 같은 학년의 둘째 녀석 얼굴이 굵게 맺힌 내 눈물에 용해되어 살며시 떨어진다.
아, 가슴이 미어진다.
조금만 더 참아보지..
아니, 한번만이라도 죽을 힘을 다해 그런 녀석들과 좀 싸워나 보지..
에구..착한 녀석...
휴~~~~~!
그 부모의 마음은 얼마나 아플까?
그 부모의 가슴은 얼마나 슬플까?
......!
왜 같은 반 친구들을 그렇게 괴롭혔을까?
어떻게 그런 행동을 스스럼없이 할 수 있었을까?
괴롭히는 그 아이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하는 걸까?
그런 악한 마음을 갖고도 어떻게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는 걸까?
모두 다 의문투성이다.
놀란 가슴이 진정이 되지 않는다.
나이가 어리니까 그럴 수도 있다고 치부하기엔 그 슬픔이, 그 아픔이 너무나 클 것 같다.
자살이라고는 하지만 이건 누가 뭐라고 해도 엄연한 타살이다.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지속적으로 가함으로써 인격을 해체시키는 것..
그래서 한 사람을 죽음의 벼랑 끝으로 몰고 가는 것..
그것이 바로 살인행위이니까...
녀석들은 어린나이에 살인을 한 것이다.
괴롭히고 때리기만 한 것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차마 하지 말아야 할 나쁜 짓을 했는데
지금 이 사건의 가해자들은 어떤 조사를 받고 어떤 처벌이 내려질까?
미성년자라고 또 가벼운 벌금만 물고 나오는 건 어닐까?
관계 당국은 적어도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지극히 객관적이고 정의로우며 지금 이 사회가 느끼는 공분에 합당한 처벌을 가해자들에게 내려야만 할 것이다.
일벌백계(一罰百戒)의 차원에서라도 반드시...
이런 사건은 전적으로 기존 사회의 책임이다.
아니, 그렇게 방치해 둔 어른들의 책임이 크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모두가 자신과 가정을 돌아보는 기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갑자기 내 자신이 부끄러워진다.
한 동안 또 많은 말들과 대책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하지만 이런 문제들이 잠깐 동안의 사회 문제로만 인식되어 요란한 탁상공론과 목소리만 높일게 아니라
지속적인 교육과 대화와 노력으로 더 이상 이런 일로 가슴 아픈 일들이 일어나지 않아야 할 것이다.
무슨 일이 터지면 그 때 만 반짝 관심을 보이다가 금방 잊어버리고 마는 우리 사회의 태만한 건망증도 문제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나올 때까지 지속적인 관심과 문제를 해결하려는 지극한 마음들이 무엇보다 필요할 때다.
오늘 저녁..
그 동안 입시로 지친 큰 녀석과 열심히 늦게까지 학원 다니는 중학교 2학년 막내 녀석에게 다가 가
여전히 녀석들을 향해 있는 나의 따뜻한 가슴을 내어 힘껏 안아봐야겠다.
사랑한다는 말과 함께...
폭력없는 나라에서 편히, 고이 잠들기를...
2011.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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