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무
2012. 2. 14. 22:56ㆍ내 삶의 흔적들/생각
바람이 드세다
작은 입김에도 허리가 휘청거린다
날카로운 손톱이 살갖을 허물고 지나가니
상처 위에 또 상처 하나가 얼어 붙는다
기쁘면 기쁜 대로 잎새 하나 보듬고
슬프면 슬픈 대로 바람에 몸 기대며
헛헛한 가슴이 붉게 타들어 가면
빈 하늘 벌컥벌컥 들이키며 살아 간다
쉰내 나는 머리야 털어내면 그만이고
갈라터진 발바닥 진흙 속에 감추면 되지
뭐가 그리 고귀하다고 가슴 깊이 묻겠는가
봄은 아직 얼음 속에서 고뇌하고 있는데
날아가는 철새들의 착한 깃털처럼
이는 바람이 미소 주면 자존심 하나 벗어 주고
지는 햇살이 손짓해 오면 심장 한 쪽 내 주며
그저 잔잔한 호수 위의 소박한 물새처럼
작은 사랑 서로 지펴 주며 살아가는거지
겨울 삭풍에 무심히 흔들리다
물결소리 갈잎소리 님 찾아 떠나거든
나이테 몇 개 뽑아 거미줄처럼 엮어
아련한 님 모습이나 붙잡아 보는 거야
외로우면 외로운 대로 가슴 한 쪽 도려내고
그리우면 그리운 대로 눈물 한 방울 떨구며
들판의 저 외로운 나무는 여전히 흔들리고 있다
눈 녹으면 다가 올 찬란한 봄을 기다리며...
기다림이란..
긴 아픔을 필요로 할지도 모른다
2012.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