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위의 자작나무

2012. 3. 7. 12:53내 삶의 흔적들/생각

 

 

 

하얀 눈도 아니면서 눈처럼

가슴을 설레게 하는 하얀 나무

꼿꼿한 선비를 닮고 싶어

높은 산에서만 허리를 바로 세우는

자존심 강한 묘한 매력의 나무

깍쟁이 소녀의 얼굴처럼 그 여리고 하얀 몸으로

어찌 태산 같은 바람과 대적하며 사는지

듬성듬성 깊은 부스럼을 안고 살면서도

각혈은 절대 하지 않는 그 강인함이 절절하다

고산병을 밟고 다니는 산양처럼

삶이 소박해서 그런 건가

평범한 게 싫어서 색을 비운 것인가

아니지..

누구에겐가 들키지 않으려고

눈처럼 위장 하고 살아가는 건지도 모르지

몸 속의 열기를 견디다 못 해

한겨울에도 붉은 혀를 토해 내는 눈 위의 백사(白蛇)처럼...

눈이 흘린 눈물을 빨아 먹으면서도

늘 당당하고 점잖은 시선

고단한 삶에서 배어 나오는

고고한 눈물조차도 하얗게 털어버린다

그것 또한 하얀 누군가를 닮았다

눈이 오면

그리움이 내린다 말하고

그리움을 가슴에 써 붙인다

하얀 눈 위에서

배를 깔고 참아내다 보면

나의 등껍질도 하얗게 탈색 될지도 모르지

심장을 드나드는 차가운 수액이 번져

시리도록 새하얗게 변할지도 모르지

 

 

 

자작나무처럼 당당하게...

 

 

 

2012.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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