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를 보내며

2012. 12. 29. 19:36내 삶의 흔적들/얘기

 

 

 

 

 

 

한해를 보내며

 

 

 

 

 

한 해가 지나가고 있다

지금 하늘에선 새하얀 눈이 얼마남지 않은 날들을 어여쁘게 치장 하 듯

나뭇가지에, 차 지붕에, 어두운 내 방 유리창 위에 소리없이 내리고 있다

 

한 장 남은 쓸쓸한 달력을 낙엽처럼 땅 속에 묻고 나면

나이도 한 살 더 먹고 주름살도 하나 더 늘어날 것이고

머리카락도 몇 개 쯤 내리는 눈처럼 또 내 머리 위에 하얗게 내려앉겠지...

 

듬성해진 머리숱과 마른 피부를 안고 살지언정

내 생각과 마음들은 절대로 거칠어지지 않기를..

 

허전함과 쓸쓸함이 몰려와 내 몸에 한기를 안기더라도

결코 가슴만은 허허롭지 않기를 작은 바램으로 기원해 본다.

 

한 달 가까이 감기몸살로 고생을 했다

그 후유증으로 아직까지 무기력증에 빠져 움직이는 것조차 귀찮지만

그 속에서 느꼈던 작은 깨달음들이 있다.

 

두통이 사라진 시간들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

머리가 흔들리지 않는 시간들이 얼마나 개운하고 청명한 것인지...

 

하나를 비우고 다시 채워넣지 않은 공간이 얼마나 여유롭고 편한 일상 인지..

요동치며 방황하던 혼란한 생각들도 제자리에 정돈되어 있는 것이 얼마나 감격스러운 일인지...

 

나와 내 가족들..

아니, 나를 아는 모든 사람들이 늘 건강하기를 바라며

아프지 않은 것만으로도 감사하며 살아야 겠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된다

 

우주에 떠 있는 별 중에서 가장 나이 어린별이 몇 백 만 년 쯤 됐다고 하는데

고작 몇 십 년을 살다 가면서 너무 많은 것들을 얻고 남기려 애쓰지는 않았는지 반성해 본다

사랑하며 사는 것만으로도 턱없이 부족한 인생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얼마 남지 않은 한 해..

사랑하고 또 사랑하며 오손도손 살아 갈 일이다.

 

 

 

한해의 끝자락에서...

 

 

 

2012.12.29.

 

'내 삶의 흔적들 > 얘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토리  (0) 2014.05.11
시인과 나  (0) 2013.07.05
까지 까치 설날에  (0) 2012.01.22
신년 벽두에  (0) 2012.01.04
가슴이 아픈 날  (0) 2011.1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