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8. 5. 16:45ㆍ내 삶의 흔적들/가족
바라산 휴양림 둘레길 걷기
집사람은 휴가도 없이 오늘 아침에도 용감하게 현관문을 밀고 나갔다
태풍의 영향으로 연일 비가 오락가락 하는 나날들이 계속되고...
이런 저런 이유로 휴가 내내 가족들과 함께 피서 한 번 하지 못한다
방에서 뒹구는 아들 녀석들과 함께 간만에 셋이서 외출을 하기로 했다
휴가는 냈지만 어디 좋은 곳에 한 번 데리고 가지도 못 해 미안한 마음이 크다
목적지는 청계저수지(백운 호수) 근처의 휴양림 둘레길로 정했다
가깝기도 하고, 숲 속을 걸으며 집에서의 답답함을 조금이나마 해소해 보려 함이다
근처에 도착하여 점심을 먹으려고 하니 잠잠하던 하늘에선 또 빗줄기가 쏟아지고
점심을 먹고 나오도록 그 비는 그칠 줄 모르고 빗방울은 더 굵어져 산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무겁게 한다
우산을 쓰고 시작한 둘레길 산책..
굵은 빗줄기 속에서도 온 몸을 적시는 건 비가 아니라 후텁지근한 습기로 인해 사정없이 흐르는 땀이다
빗줄기에 전신을 드러 낸 신록은 요란한 춤을 추느라 정신이 없고...
다행스럽게도 빗줄기가 점점 가늘어지더니 다시 환한 하늘이 열렸다
안개가 너울거리던 숲에는 갑자기 매미들 짝 찾는 소리들로 가득차고
나뭇 잎이며 가지에 매달려 있던 물방울에선 싱그러운 숲의 모습들이 반짝이고 있다
시원한 계곡물에 잠시 땀을 식히고 돌아서 오는 길..
저 만치 앞서가는 녀석들을 보고 있으려니 목마름처럼 애태우던 미안한 마음들이 조금이나마 가벼워진 듯 하다
미안하다 아들아
다음엔 멋진 곳에서 휴가다운 휴가 좀 보내 보자.
2014.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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