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0. 24. 23:14ㆍ내 삶의 흔적들/가족
신병훈련 수료식 하던 날
5주 신병훈련을 무사히 마치고 수료식을 하던 날,
새벽을 여는 여명은 짙은 안개를 내려 인제로 향하는 흥분된 마음을 차분하게 안내하고 있었다
한 시간여의 기다림 끝에 드디어 나타나는 새까만 훈련병들...
그 속에서 검게 그을린 아들의 건강한 얼굴을 보니 그 동안의 염려와 조바심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30분의 수료식이 끝나고 계급장을 달라주는 시간이 오자 뭔가 뜨거운 것이 울컥 올라온다
이 이등병 계급장을 달기 위해 그 동안 그 힘든 훈련을 잘 이겨냈다는 생각에...
한참을 안아주며 등어리를 토닥거렸더니 왠지 모를 든든함과 포근함이 녀석의 품에서 느껴져 왔다
그래, 잘 했다, 잘 견뎌냈다 장한 아들...
미리 예약해 둔 펜션에 도착 하자마자 그 동안 먹고 싶다고 했던 치킨부터 주문하고 기다리며
보고싶었던 얼굴을 찬찬히 들여다 보고 나란히 앉아 사진도 담고 밀렸던 이야기들을 풀어냈다
따뜻한 밥도 새로 짓고 평소에 녀석이 좋아하던 오징어 볶음도 만들고 오랫만에 마주앉아 먹는 점심...
녀석의 얼굴과 그 간의 일들을 묻고 대답하느라 밥도 먹는 둥 마는 둥,
치킨 한 마리를 게 눈 감추 듯 해치운 녀석을 보는 것 만으로도 나는 이미 배가 불러 있었다
따뜻한 방에서 배깔고 누워 편안한 자세로 지인들과 전화도 하고
편안한 차림으로 침대에 누워 친구들과 장난 끼 어린 톡도 하고
샤워도 하고 커피도 마시며 인터넷의 바다에서 유유히 항해도 했다
펜션 옆 소나무 숲 속과 한산한 오솔길을 한가롭게 산책하고
이곳 저곳을 느린 걸음으로 둘러보는 동안 시간은 어느 새 오후 4시..
푸짐히 싸가지고 온 쇠고기를 맛잇게 익혀서 배물리 먹고 나니 벌써 6시다
급하게 정리해서 다시 부대로 들어가니 벌써 많은 차들이 연병장을 가득 채우고 있다
녀석의 등을 두드리며 화이팅을 외치니 녀석도 손을 흔들며 웃는 모습으로 멀어져 간다
아, 다시 이별의 시간이다, 시간은 왜 이리도 빨리 가는 건지...
녀석을 들여보내고 돌아서 나오는 길에는 오로지 녀석의 아쉬운 발자국만 가득하다
가슴 벅찼던 하루는 그렇게 무심히 지나가고 안개로 덮였던 그 설레던 길 위엔 이미 어둠이 내려앉아 있었다
이 긴 긴 어둠을 뚫고 어떻게 가라고 하는 건지...
아들, 수고 많았다
끝은 또 다른 시작이니 자대에서도 보람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703 특공대 화이팅~~^^
2014.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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