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1 (군에 간 아들에게)

2014. 9. 22. 10:23내 삶의 흔적들/얘기

 

 

 

 

사랑하는 아들에게

 

가을햇살이 눈부셨던 오늘, 네가 있는 그 곳은 어땠는지 모르겠구나

오늘부터 본격적인 훈련에 들어 갈텐데 너무 더워서 고생은 안했는지...

그 곳은 아침 저녁으로 기온차가 심해서 혹시 감기라도 걸리진 않았는지...

아직도 엄마 아빤 네 걱정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입소하던 날, 담담해 보이지만 뭔지모르게 긴장한 빛이 역력하던 네 얼굴이 아직도 눈 앞에 생생하구나

맑은 가을 하늘은 창창하기만 한데 돌아서 오던 길은 왜 그리 멀고 비오는 날처럼 흐릿 하던지...

2시간 동안 오는 내내, 엄만 한 마디 말도 없이 굵은 눈물만 흘리시더구나

그 2시간의 긴 침묵, 엄마 아빤 오로지 너의 건강과 안전만을 걱정하며 너와 지나갔던 길을 되돌아왔다

그 걱정에 보답하려면 잘 먹고 훈련 잘 받고 건강하게 생활하는 거라는 걸..알지?

 

어젯밤에 김영준 중사님의 문자를 보고 카페에 가입 했는데 등업이 안되어 이제서야 네게 편지를 쓴다

요즘은 집에 들어올 때마다 열린 네 방을 들여다 보게 되고, 그 빈 방이 허전해서 아빠 가슴 속까지 서늘해 진다

괜히 이리저리 서성거리기도 하고...

아마 엄마 맘도 마찮가지겠지...

 

예전엔 느껴보지 못했던 허전함과 공허함, 아쉬움 같은 것들이 아직은 가슴 속에서 떠나질 않네

그래도 표면적으로는 울 가족.. 예전처럼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은 하지 말구...

이렇게 편지를 쓸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해야겠구나

자주 편지 쓸게.

 

힘든 것들을 해보지도 않아서 격한 훈련을 잘 이겨낼까 걱정이 앞서지만, 그래도 아빤 널 믿는다

울 아들은 잘 해내리라는 걸...

진짜사나이가 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충실히 생활하다 보면 스스로 변해가는 모습을 느낄 수 있을거야.

 

다 낫지도 않은 피부 트러블 때문에 가기 전부터 몹시 걱정한 거 알지?

아직 완전한 상태가 아니니까 이상이 느껴지면 미리 미리 의무대에 말해서 필요한 약을 처방 받고

만약 그렇게 할 상황이 아니라면 빨리 엄마나 아빠한테 얘기하렴

처방약 받아서 보내줄게.

 

이젠 진짜군인이 되었으니 네 몸은 스스로 잘 간수하고 보호해야 한다

가족과 이 나라를 보호하고 지켜내야 하니까

알았지?

 

중대원들, 소대원들, 분대원들과도 잘 지내고

내무반 생활도 서로 도우며 허물없이 잘 지내길 바랄게.

 

그나저나...

3군단 703 특공연대에 지원했다는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그 힘든 훈련을 어찌 감당해 내려고 그러나..하는 생각으로 한동안 힘들더구나

그러나 네가 결정한 일이고 또 감당해 낼 자신이 있어서 그랬으리라는 믿음이 있기에

네 결정을 전적으로 따라주고 존중하기로 했다.

 

대단한 결정을 한 네가 무척 자랑스럽고 무한한 신뢰를 보낸다

걱정은 많이 되지만 진정한 군인이, 진정한 남자가 되려는 강인한 정신에 박수를 보내며...

 

오늘 첫 훈련 잘 받았겠지?

언제나 홧팅 하길 바랄게.

 

사랑한다, 울 아들...

 

 

 

항상 널 응원하는 아빠가...

 

 

2014.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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