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3

2014. 9. 23. 21:11내 삶의 흔적들/얘기

 

 

 

 

아들~~~

오늘도 힘들었지?

그래, 또 그렇게 하루가 흘러 갔구나.

하지만 오늘 보낸 그 시간들이 결코 헛된 시간은 아니었으리란 걸 잘 알기에 아빠 맘은 든든하다.

 

엄마한테 편지를 좀 쓰라고 했더니 너의 피부 얘기만 자꾸 하신다

약은 잘 먹고 잘 바르고 있는지..더 나빠지진 않았는지..약을 보내도 되는지...

빨리 그것만 알아보라 하신다.

 

엄만 온통 그것 만 생각나나 보다

그런 말을 들으면 아빠도 또 신경을 쓰게 되고...

그것도 그럴 것이, 많은 시간이 흘렀어도 다 낫지 않고 갔으니 그런 걱정은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네

을지카페를 둘러보다가 댓글이 달린 걸 보니 약은 보낼 수 없다고 되어 있어서 걱정이 크다

정말 안되는지 알고 싶구나

그리고 의무대에서 먹고 바르는, 네게 필요한 약을 처방 받아 사용할 수 있는지도 궁금하다

가능하다면 꼭 좀 알려주길 바란다.

 

그런 엄마 아빠의 마음을 너도 잘 알테니 신경써서 잘 관리했으면 좋겠구나

힘든 훈련을 받으며 이것 저것 생각할 겨를이 없는 건 잘 알지만 5주 후 너의 구릿빛 얼굴을 볼 때

온전한 모습을 보고 싶은 게 엄마 아빠의 바람이란 걸 잊지 말았으면 좋겠구나.

 

어젠 아빠도 운동 갔다거 늦게 오고 엄마도 늘 그렇듯이 바쁜 회사 때문에 늦게 오고 재영이는 여전히 괴외를 받고 있고...

늘 같은 공간, 같은 일상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가 않구나

거기에 네가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니 그리 밝고 즐겁진 않네

뭔가 하나가 빠진 퍼즐 같이...

 

어제 아빠가 라운딩을 나가서 회원들과 점심을 먹으며 네 이야기를 했더니 이런 말을 하더라

경험담이라면서, 오늘공이 잘 맞지 않을거라고...

그래..진짜 그렇더라

정말 어제 라운딩은 꽝이었다

어깨까지 아파서 스코어도 안나오고 정말 힘든 라운딩을 마쳤

마음이 딴 곳에 가 있으니 공이 잘 맞을리가 없지...

 

그리고 703 특공연대에 지원 했다고 했더니 모두들 대단하다고 하더라

남자답고 용기있다고 하면서...

걱정이 한 가득인 아빠 마음도 모르고 그렇게 말하니 한편으로는 서운하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그런 결단을 내린 울 아들이 참 대견스럽기도 하더라

어떻게 그런 용기를 냈을까..하는 생각에...

 

늘 약하게만 봐 온 이 아빠가 좀 미안지기도 했다

22살이 되도록 함께 살아오면서도 너를 잘 몰랐다는 생각에 사실 많이 미안했다

평소에 대화도 잘 못하고 바쁘다는 핑계로 함께 여행도 잘 다니지 못했으니...

 

언젠가 아빠가 "우린 대화를 너무 안하는 것 같다" 고 했더니 네가 그랬지?

남자끼리 무슨 대화가 그리 많이 필요하냐고...

느낌으로 눈치로 다 안다고...

그 말을 들으면서 아빠는 생각했다

울 아들도 이젠 많이 크긴 컸구나..하고...

 

군에 가기전에 아빤 너와의 추억을 하나라도 더 만들어 주고 싶었다

그런데 실제로는 그렇지 못해서 많이 미안했다

생각 속에만 있던 못 다 한 우리 가족들의 추억은 나중에 다시 만들어 가기로 하

아빠가 꼭 약속할게.

 

오늘은 전국적으로 비가 온다고 하더니 여긴 아침부터 주룩주룩 가을비가 내리고 있다

아마도 네 있는 그곳에도 이렇게 내리겠지...

아무쪼록 쌀쌀한 날씨에 감기 조심하고 몸 건강히 잘 관리하길 바랄게.

 

오늘도 홧팅하자

어차피 할 거라면 열심히, 재밌게...

알았지?

 

 

사랑한다 울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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