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31

2014. 10. 21. 21:20내 삶의 흔적들/얘기

 

 

 

 

사랑하는 아들, 경영이에게

 

오늘도 가을비는 그치지도 않고 그야말로 하루종일 주구장창 내리고

차창에 매달린 채 날 바라보는 빗방울 조차 울 아들의 눈망울 같아서 가슴이 아리네

흘러내리는 물방울을 보고 있노라니 아빠 눈에서도 다시 이슬방울이 맺혀 흐르려고 한다

아침에 봤던, 분대별 인터뷰 영상을 보며 적셨던 그 촉촉함 같이...

이 비가 널 만나는 목요일, 그 시간에만 조금 왔으면 좋겠다

비를 핑계대고 아빠도, 아빠의 감정이 이끄는데로 네 앞에서 좀 울어보게...

 

아들아...

오늘 20km 주간행군을 했구나

비가 오는데..힘들었을텐데..정말 장하구나, 울 아들...

18시 54분에 중대장님이 알려주셔서 알았다

 

감동, 또 감동 했다.

사실은 아빠도 많이 걱정 했었다

네가 약간 평발인데다가 체력도 그리 좋은 것도 아니고 그렇게 많이 걸어 본 적도 없고해서 말이다

정말 많이 힘들었겠지만 끝까지 해냈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싶구나

비가 내려서 더 힘들었을 거라는 건 안봐도 뻔한 것이니..그래서 더 자랑스럽다.

 

중대장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더라

오늘 아이들은 오후부터 지금까지 20km 주간행군을 했습니다
이제 아이들은 인내심을 배워 진정한 군인, 진정한 남자로 태어났습니다

많은 가족분들 친구분들은 말을 합니다

이십킬로가 대수냐고.. 나는 천리행군을 했다고...
그럼 저는 묻습니다

아이가 처음 걸음마를 떼고 걸었을때 그때 가족여러분은 아이에게

"걸음마 뗀것이 대수냐  나는 뛰어다닌다"고 아무렇지도 않게 얘기하시냐고...
이것은 처음이자 앞으로 모든 난관을 극복 할 때 걸음마 떼듯이 밑거름이 될 것 입니다 라고...

 

아..이 멘트를 보는 순간 가슴이 찡 하더구나

어쩌면 이렇게 부모 맘 같이 속속들이 잘 아실까 하고...

네가 자대에 가더라도 당분간은 을카에 남아 지금까지 받았던 감동들을 더 느껴보고

그 고맙고 감사함을 긴 여운으로 남기고 또 가슴으로 남겨고 싶기도 하다

아마도.. 그렇게 될 것 같구나

또 엄마 아빠가 느꼈던 초조하고 아쉬운 맘들을 후임병 부모님께도 조금이나마 전해 드리고 싶고

아빠가 몰랐었던, 그 동안 경험했던 것들을 공유하고 싶기도 하다.

 

네가 갈 703 특공연대에도 혹시 신교대처럼 카페가 있는지 찾아봤더니 없더구나

703 특공대 전우회는 있던데..예비역 분들만 들어가는 카페인지...

아빠가 아직 잘 몰라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네가 자대에 가고 나면 다시 한 번 자세하게 훑어보려고 한다

그 곳에서도 너와 조금이나마 소통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긴 나날 동안...

 

오늘 아침에 우연히 인터뷰 동영상에 들어가보고 깜짝 놀랐다

날짜를 보니 어젯밤에 그 영상들을 올리셨던데 왜 아빤 못 봤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보는 순간 너무나 반갑고 고맙고 든든해지더라

얼굴은 그 동안 훈련의 결과로 진짜 많이 탔지만 여전히 건강하고 몸 아픈데도 없는 것 같아서 무척 기뻤다

한참동안 일을 못하고 멍 하니 앉아 네 영상만 되돌이표를 붙여서 쳐다보고 또 쳐다보고 있었지...

겨우 3초 정도의 영상이라 많이 아쉽기는 했지만 얼굴을 봤다는 그 자체 만으로도 감동을 느끼기에는 충분했다

보기좋게 잘 구워진 그 생얼을 빨리 봤으면 좋겠다.ㅋㅋ


아...참...

오늘 이 편지가 아빠가 네게 쓰는, 을지 교대로 보내는 마지막 편지가 되겠구나

중대장님께서 이제 인터넷 편지를 마무리 해 달라고 하시더구나

 

매일 매일 이렇게 앉아 널 그리며 생각하며, 너의 일거수 일투족을 궁금해 했었는데

내일부터 그런 시간들이 없어지면 많이 섭섭해 질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내일 당장 금단현상이 오지나 않을까 은근히 걱정이 되기도 하구.. ㅎㅎ

그렇지만 네게는 도전해야 할 또 다른 내일이 있으니 아빠는 또 다른 방법으로 네게 힘을 줄 수 있는 걸 찾아봐야겠다

 

엄마 아빤 언제나 네 편이란 것 만 기억하고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든지 늘 힘차게 자신감 있게 헤쳐나가길 바래

당당한 말투와 반짝이는 눈빛이 동반 될 때 한층 더 활기차고 긍정적인 사람이 된다는 것도 명심하구

네겐 아직 해야 할 것들이 많으니...

 

정말 피곤하고 힘들었을 하루...

온 몸이 천근만근일텐데.. 그럴수록 밥 많이 먹고 잘 씻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길 바래

이제 내일 만 지나면 그렇게도 보고 싶었던 잘 생긴 울 아들 얼굴 보겠구나

많이 기대되고 흥분된다

아, 이 편지를 읽는 날, 그 밤 만 지나면 볼 수 있겠네, 그치? ㅎㅎㅎ~

 

아들...

잘 자고 좋은 꿈 꿔..

내일은 또 내일의 태양이 찬란하게 비출테니

그 속에서 우리, 또 다른 보람과 기쁨을 함께 느껴보자

알겠지?

 

홧..팅~~~!!!

 

 

널 많이 보고싶은 엄마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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