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2. 27. 17:36ㆍ내 삶의 흔적들/얘기
휴일날의 일상
언제부턴가..
글씨가 심하게 아른거려 책 읽기가 싫어졌다
책을 펴 놓으면 까만 글씨는 마치 잡다한 생각들처럼 책상 위를 굴러다니기도 하고
봄날의 아지랑이처럼 책장을 넘나들기도 하고 젖은 한지 위의 먹물처럼 번지기도 하고...
때로는 바쁜 하루살이들처럼 집단으로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는 걸 보고 있으면
내 몸도 출렁대는 파도 위에 위태롭게 있는 것 같아서 심하게 어지럽기까지 하다
그런 글씨들을 모아 보려고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고 있자니
눈 전체가 뻑뻑해지면서 자갈 굴러가는 소리가 방안을 가득 채우네
시린 눈을 감고 잠시 천장을 응시하다 보면 나른한 몸속으로 설익은 잠이 스며들고...
안경점에 들렀더니 다촛점 렌즈를 추천 한다
어지러웠지만 좀 지나면 괜찮다는 주인의 말을 양쪽 귀에 걸고 터벅터벅 걸어 나오니
희뿌연 인상의 아스팔트가 잘 알지도 못하는 나에게 얼굴을 디밀며 몹시 아는 체를 한다
열흘이 지나고 한 달이 지나도 나와는 영 친해지려고 하지 않는 녀석..
결국 안경은 내 침대 머리맡에 홑이불을 덮어주고 긴잠을 재우는 중이다
오후의 긴 햇살이 창문을 넘으며 해맑은 웃음을 흥건하게 뿌려놓았건 만
처음 신은 구두가 뒤꿈치를 깨무는 듯 낮선 아픔 같은 게 느껴지는 건 왜 일까?
하루하루가 다르듯 요즘 들어 나의 몸도 달라지고 변해간다는 걸 깨닫는 순간이다
만물의 이치가 그러하니 편한 마음으로 순응하며 함께 걸어 갈 수밖에...
휴일의 햇살은 이미 서산의 그림자를 내 발 밑까지 옮겨 놓았다.
2016.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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