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5. 31. 22:49ㆍ내 삶의 흔적들/가족
외사촌 모임
과거로의 긴 여행을 다녀 온 기분이다
소싯적 어머니와 외갓집을 갔을 때 느꼈던 아늑하고 행복했던 그 아련함과 함께...
넉넉하고 자애로우신 두 분 외숙모님과, 차분한 미소 속에 늘 푸르름을 간직하고 계시는 외삼촌이 계셔서 좋았고
멀찍이 떨어져서 외사촌들의 발랄한 웃음과 진지한 대화를 카메라에 담는 그 순간에는 먹지 않아도 배가 불렀다
기억의 저편에서 늘 풍요로움으로 각인되어 있는 어릴 적 나의 외갓집은
육체적, 정신적으로 허기를 많이 느끼던 그 시절의 나에게 늘 포만감을 안겨주던 유일한 곳이었다
유난히 다정다감했던 이종사촌들 또한 나의 척박했던 가슴을 참 많이도 채워 주었었고
그 기억들은 아직도, 가을날을 물들이는 어여쁜 단풍이 되어 전설처럼 내 안에서 나를 물들이고 있다
요란하고 발랄한 웃음소리에 버무려진 노래와 춤, 푸짐한 먹거리, 그리고 화기애애한 이야기들이 계속되는 동안
어머니와 닮은, 어머니의 채취를 머금은 지치지 않는 청춘들의 활력으로 인해 긴 어둠은 이미 아침을 깨우고 있었다
이제 막 피기 시작한 아카시아 꽃향기가 은은하게 별빛을 타고 흐르던, 짧았지만 강렬했던 1박 2일..
외삼촌과 외사촌들의 정겨운 얼굴 위로 오버랩 되던 그리운 내 어머니의 얼굴에도 밝은 웃음이 가득했다
허전한 마음으로, 갔던 길을 되돌아오던 그 아쉽던 시간에도 간밤의 잔상이 여름날의 햇살처럼 나를 뜨겁게 하고...
소중한 만남, 정겨운 시간들, 그리고 돈독한 우애..
이해와 화합으로 앞으로도 오랫동안 이 모임이 유지되고 발전해 나가기를 바래본다.
2015.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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