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1. 11. 20:35ㆍ내 삶의 흔적들/가족
1박 면회
같은 침대에 누웠는데 왜 모기는 나만 괴롭힌 걸까?
밤 새 윙윙거리며 여기저기 물어대는 모기 때문에 가뜩이나 부족한 잠을 더 설쳤다
자다가 일어나 모기 7마리를 퇴치하고 나니 벌써 창문엔 하얀 아침이 물들고...
일찌감치 일어나 일출을 보러 가보니 수평선엔 짙은 안개가 두껍게 내려앉아 있다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 아침 햇살을 기다리는 동안 여기저기 아침바다 풍경을 담아본다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와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모래밭은 옛 추억을 떠올려 주기도 하고...
아침을 가볍게 먹고 느긋하게 하루일정을 준비하다가 이른 점심까지 해결한 후 낙산사에 도착하니
햇살이 마치 여름날의 그것처럼 따갑게 쏟아져 바삐 움직이는 내 등골에선 땀방울이 줄줄 흘러 내린다
부대가 산 속에 있다 보니 탁 트인 바다가 너무 좋다는 큰아들..
답답했을 녀석의 가슴을 쪽빛 바다와 짠내음 나는 시원한 바람으로 가득 채워주고 싶어서
의상대 제일 높은 곳에 올라 한참 동안 녀석의 어깨를 안고 푸른 동해를 응시하다 보니
아들의 몸을 시원하게 물들인 바다가 내 몸까지 산뜻하게 물들여 주는 기분이 들었다
앞서 걷기도 하고 멀찍히 뒤에 서서 가기도 하고..
내 시야에 들어오는 세 사람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려니 마음 가득 포근함이 몰려온다
이 곳 저 곳을 둘러보는 동안, 영원히 추억이 될 가족들의 모습을 더 예쁘게 담으려고도 애썼다
행복이란 게 아마도 이런 것이겠지...
대포항에서 맛있는 회로 이른 저녁을 푸짐하게 먹고 나니 시간은 벌써 4시를 넘었다
잠시 바닷가를 산책하며 다가오는 이별의 순간을 견뎌내려는데 야속한 해는 벌써 서산에 걸렸다
얼마남지 않은 저녁햇살을 깊이 흡입하는 두 개의 등대도 아쉬운 듯 우리를 바라보고...
반갑고 즐거웠던 하루는 이렇게 우리 가족과 함께 고운 추억을 물들이고 지나갔다
또 다른 후일을 기약하며...
사랑하는 아들아...
다시 만날 때까지 건강하고 무탈하게 잘 지내길 바란다.
2014.11.09.
'내 삶의 흔적들 > 가족'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첫 휴가 (0) | 2015.05.22 |
---|---|
1박 면회, 그 두 번째 (0) | 2015.03.09 |
1박 면회, 그 첫 번째..1 (0) | 2014.11.11 |
그녀와 함께 한 가을 (0) | 2014.11.02 |
공세리 성당의 가을 (0) | 2014.11.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