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1. 5. 12:52ㆍDSLR 이야기/풍경
내장산의 단풍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차가운 새벽길을 걸어간다
손은 시리고 얼굴엔 차가운 냉기가 흐르는데 가로등 불빛에 스치는 붉음이 날카롭다
온전치 못 한 희미한 빛 속에서도 단풍은 절절하기만 하다
아니, 오래 전부터 각혈한 듯 처절하게 극단적이다
우화정에 피어있는, 시한부 삶을 살아가는 저 붉음이 그것을 대변한다
케이블카를 타고 전망대에 오르니 마침내 태양이 얼굴을 내민다
저 발아래 세상은 운무에 휩싸여 있고 한참을 기다려도 뿌연 꿈 속에서 깨어날 줄 모르니
긴 시간 머물며 그저 안타까운 발만 동동거리다 뜨거운 어묵 국물로 아쉬운 마음을 달랠 수밖에...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오는데 발밑에 펼쳐진 풍경이 장관이다
전망대에 오르려는 사람들의 행렬이 2중 3중으로 100미터는 족히 넘고도 남는 것 같다
위에서 내려다 본 것과는 다르게 아래쪽은 제법 햇살이 따스하고 밝다
이젠, 서두름 없이 시리도록 눈부신 가을 단풍들을 하나하나 음미하며 나도 그 속에 스며든다
갑자기 가게 된 이번 내장산 단풍 여행은, 입구에서 우화정 까지는 왕복으로 천천히 걸었고
케이블카를 타고 전망대까지 오르는 것으로 짧게 마무리 했다, 또 만나게 될 감탄스런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원래는 일주일 후인 11월11일 쯤 오려고 했으나
이런 저런 행사가 산재해 있어서 단풍철이 다소 이른 것을 알면서도 걸음을 했다
무수한 사람과 사람들.. 그리고 30여 년만의 낮선 만남..
가을날의 하루가 벅찬 아름다움으로 가득한 날이었다.
2017.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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