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스키어의 상급자 코스 도전기

2007. 7. 14. 22:00내 삶의 흔적들/얘기

 

 

 

 

 초보 스키어의 상급자 코스 도전기

 

 

 

 

 
지금까지 살아 오면서

편견이나 고정관념 같은건 버릴려고 많이 애쓰며 살고 있는데
몇 일 전인 12월 말 무렵에 거래처에서 한 통의 팩스를 받고는
또 한 번 머리를 숙여야 했다.

   팩스 상단에 큼지막하게 "야유회"라고만 쓰여 있어서
"겨울에 무슨 야유회야?"

잘못 들어 왔구나 하고는 찢어 버릴려다가 아래를 보니까
동계 야유회를 용평 스키장에서 한다고 되어있었다.
팩스 내용을 놓고 가만히 생각해 보니 픽~하고 웃음이 났다.

   난 왜, '야유회' 하면 봄이나 가을쯤에 하는 걸로만 생각하고 있었는지...

  
   야유회에 참석하지 않으면 재미없다 겁을 주길래
못 이기는 척 졸래졸래 따라 나섰다.

   마음이 설래서 그런지 낯선곳에서의 잠자리라 그런지
잠도 자는 둥 마는 둥 하고는 새벽 같이 일어나
찬물에 세수하고 TV소리 크게틀어 죄다 깨워놨다.

8시쯤 내려가서 준비하고 나니까 8시 30분.
거래처 부장님께 기초 좀 가르쳐 달라고 하여
낮은 곳에서 10분간 같이 실습을 했다.
멋도 모르고 가르쳐 주는데로 따라하긴 했는데

뭐 힘은 좀 들었어도 그다지 어려워 보이지는 않은것 같았다.

그리고 따라간 곳이 초급자용 코스.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서는 내리려는데 의자에 밀려 넘어지고 말았다.

이런...시작도 하기 전에...
있는 힘 없는 힘 줘가며 열심히 A자를 만들어서 무사히 내려오기를 세 번.

다음은 그 옆에 있는, 초급자용 보다 조금 더 가파른 곳에서
두번을 타면서 5번 넘어지고...

그러더니 곤돌라를 타자고 했다.
한숨 한 번 쉬고는 내키지 않은 걸음을 했는데
15분 정도 올라갔을까?

안개가 자욱하게 끼어서 잘 보이지도 않는데 시작하는 곳의 경사가 만만치 않다.
아래까지 거리가 얼마나 되냐고 물으니까
뭐~~~6km?
이런~

출발선에서 부터 경사가 얼마나 심한지
보기만 해도 아찔한데 빨리 내려가라고 성화가 이만저만 아니고해서

눈물을 머금고 출발은 했는데 하자마자 굴러서 10여 미터는 갔나부다.


아~~이를 어쩌나...
남들은 늦어도 10분안에 내려오는 코스를
무려 45분 걸려 무사히(?)도착해서 한숨 돌리려는데
한참을 기다리다 땀이 다 식었다며 또 올라 가잔다.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또 올라가고 말았다.
이번에는 오기가 생겼다.
그래서 넘어지더라도 제대로 한 번 타 보자는 맘으로 빠르게 내려오다가

속도에 못 이겨 낭떠러지쪽 휀스를 들이받고 넘어 졌다.

정신을 차리고 살펴보니 스키 한쪽은 5미터 아래에 일자로 뻣어있고

한쪽은 그 동안의 한을 풀려는 듯 지 혼자서 잘도 내려간다
에구~
그만 내려가고 좀 서지...
이짓이 도대체 몇번이냐.

스키 한쪽을 들고 50미터 쯤 털래털래 걸어내려 오는데
걸음걸이는 왜 이리 어색한지...

그렇게 해서 두번째는 내려오는데만  40분을 씨름하고 나니
다리가 후들거려서 다닐수가 없을 정도였다.
겨우 숟가락드는 힘만으로 늦은 점심은 대충 때우고 나니

다리 귀퉁이에 남아있던 손톱만한 힘까지 쭉 빠지는 느낌이다.
이젠 도저히 탈수 없을것 같았다.

   그 후로도 골드 코스ㅡ중, 상급자 코스ㅡ에서 2번 더 끌려가
발광을 하고는 다시는 스키 안탄다 다짐하고
핼쓱한 모습으로 용평에서의 하루를 마쳤다.
그 시간이 오후4시..어디라 할것도 없이 온몸이 쑤셔왔다.

용평을 다녀온 후

옴 몸이 아픈게 일주일을 갔다.

사람들에게 이 얘기를 했더니 살아서 돌아온게 용하다고 했다.

정말 내가 생각해도 너무 무모한 도전이었다.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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