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도...그리고 남기고 온 시간들

2007. 8. 13. 21:04내 삶의 흔적들/얘기

 

 

 대부도...

그리고 남기고 온 시간들

 

 

 

 

 

 

 

 

 

 

 

 

대부도 쪽박 섬... 

  그곳에 도착하니 시계는 아침 8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고등학교 동창 친구들과 선배들,그리고 후배 몇 명이 대부도를 찾았다.

그동안 얼굴을 못 본지도 한참 되었거니와 이 여름이 가기전에 허기진 몸을 돌보자는 ,

나름데로의 건강 보충용 모임이었다.

 

친구 녀석이 거금을 들여 흑염소 2마리를 인심 썼고 나머지 사람들은 약간의 회비로 대신했다.

얼마나 많이 준비 했는지 1톤 트럭 가득 짐이며 먹거리를 싣고나니 마음까지 뿌듯하고...

 

출발하기 전 부터 후두둑 거리며 떨어지던 빗방울은 도착하면서 멈췄다.

허기진 배를 흑염소 불고기로 허겁지겁 채우고는 불룩하게 나온 배를 어루만지며 갯벌에 나갈 채비를 했다.

반 바지와 운동화를 챙겨 신고는, 물 빠진 갯벌을 가로질러 허벅지까지 올라오는 바닷물 속에서 낚싯대를 드리웠다.

황톳빛으로 변한 바닷물 색이 그리 상쾌하진 않았지만 나름데로의 운치는 있다.

 

처음으로 망둥어도 낚아봤다.

바람이 얼마나 거세게 불어 오는지 들고있는 낚싯대가 춤을 춘다.

고기들의 입질도 알아채지 못 할 정도로 불어오니 제대로 낚을 수가 있나...

한참을 망둥어와 씨름을 하고 있는데 물이 조금씩 높아진다.

 

그 때 같이 온 친구 하나가 물 속에 있는 작은 돌을 잘 못 밟아

발을 헛디뎌 넘어지는 바람에 무릎이며 허벅지, 팔꿈치를 꽤 많이 다쳤다.

조그마한 바위에 촘촘하게 자라고 있는 굴이 문제였다.

얼마나 날카로운지 마치 칼에 베인 것 같은 상처를 냈으니...쯧쯧

낚싯대를 챙겨 나오려는데 낚시 바늘이 바위에 걸려 나오지 않아서 무리하게 당겼더니 그만 낚싯대가 부러지고 만다.

에고....

이거 내가 아끼던 낚싯대 인데...

 

발목까지 빠지는 갯벌을 왕복으로 가로질렀더니 속이 허전하다.

그 동안의 조과를 안주 삼아 두어 병의 알코올을 비우고 나니 어느 덧 바닷물이 자기 자리를 다 채운 채

자기를 봐 달라며 큰 소리로 보챈다.

그 모습이 예뻐 보여 핸펀 동영상으로 조금 담아 주었다.

그러고도 녀석은 한참을 칭얼 거리다 저 멀리 발걸음을 옮겼다.

 

오후 7시...

얼마 전 부터 장대비가 쏟아지고 있다.

짐을 실을 수 없을 만큼 양동이로 아주 퍼붓는다.

약간의 빈틈을 틈타 재빨리 짐을 챙겨 싣고는 잘 보이지도 않는 좁은 길을 살금살금 빠져 나왔다.

마치 가는 내 뒷 모습을 들키지 않으려는 듯이...

 

 2007년 8월 12일의 여름은

나에게 또 하나의 추억을 가슴속에 새겨 주고는 빗물과 함께 바닷물 속으로 사라졌다.

나의 시간들을 사랑스럽게 안은 채...

 

그렇게 대부도의 여유로웠던 시간들은 바람처럼 밀려 갔고

또 왔는가 싶더니 다시 밀려 갔다.

내년을 기약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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