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8. 19. 21:28ㆍ내 삶의 흔적들/얘기
20년만의 외출
(삼척,약물래기의 파도)
지금도 그 바다는 나의 어린 시절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서럽도록 흰 파도를 큰 바위에 부딪치고 있었다
우리는 그 곳의 바위들을 그렇게 불렀었다
큰 바위,섭 바위 라고...
처음으로 혼자 헤엄을 쳐서 건너 갔던,
그렇게도 멀게만 느껴졌던 그 바위들...
중학교 시절의 어느 뜨겁던 여름 날,
석양이 내려앉던 저녁 무렵 쯤,
그 곳 약물래기에는 호수 같이 잔잔했던 바다가 있었고
떨리는 가슴으로 그 바위들를 차례로 건너던 큰 용기도 있었다
그리고 참으로 많은 시간이 흘렀다
약물래기에 도착 하자 마자 나는 섭 바위로 헤엄쳐 가 보고 싶어서
재빨리 윗통을 벗어 던지고 반바지를 갈아 입었다
그리고는 조금은 낮설은 바닷물에 내 몸을 적신 다음 꽤 높은 파도를 헤치며 섭 바위에 도착했다
20여년 만에 마주한 그 바위는 여전히 그때의 웃는 얼굴로 나를 반긴다
이방인 대하듯 자꾸만 내 몸을 밀어내는 파도 속에서 몇 개의 소라와 홍합을 반바지 주머니에 따 넣었다
흥집이 친구가 뒤따라 와서 옛 추억을 더해준다
그러고도 한참을 그곳에 머물르며 나의 눈 깊은 곳까지 빈틈없이 지금의 모습들을 담아 놨다
파도 소리와 바위에 반사되어 울려 나오던,
친구들의 환한 재잘거림이 좋았고 서로에게 권하는 술 한 잔이 좋았다
미소가 좋았고 위하는 마음이 좋았다
허물없음이 좋았고 관심이 좋았다
간만에 먹어 본 자연산 성게와 전복,그리고 놀래미 회.
닭고기를 넣어 정성들려 끓인 영양죽도 맛있었다
거침없는 식욕에 나의 배는 부풀어 오르고...
마음의 결정만 하면 이렇게 갈 수 있는 바다를 이루어질 수 없는 첫사랑처럼 그리워만 하다가 많은 시간들을 보냈다
함께했던 시간과 그리운 얼굴들은 두고두고 기억 될 것 같다
험한길로 무거운 짐 나르고 많은 것 준비 하느라 애쓴 고향의 친구...
고생 많았다. 그리고 고마웠다
그대들이 있어 함께한 친구들은 행복했다
돌아 올 여름에는 바쁜 일로 오지 못 한 많은 친구들의 얼굴도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윗도리를 입지 않아서 그랬는지 바닷가의 그 뜨겁던 열기가 고스란히 내 등을 타고 우리 집까지 따라왔다
밤을 닮아 검붉게 변한 모습으로 내 어깨를 따갑게 어루만진다
오늘밤도 그 추억을 못 잊어 잠 못 들면 어쩌나...
2007.8.19.
...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