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9. 14. 09:23ㆍ내 삶의 흔적들/얘기
강원도 동해시...
강릉에서 삼척으로 향하다 보면 삼화사를 알리는 이정표가 오른쪽을 가리킨다
거기서 우측으로 수 Km를 올라가면 그곳에는 운동장 크기의 반석들이 오는 이의 걸음을 멈추게한다
잠시 일상을 잊고 계곡물에 얼굴을 비춰본다
그리고는 그 넓은 바위 곳곳에 빼곡히 음각되어 있는 한자 시를 읽는 재미도 솔솔하다
아무도 몰래 찾아왔을 연인들의 이름과 아직도 세월에 흔들리지 않는 깊이 패인 선인들.
그리고 옛 시인들의 이름까지...
모르는 한자가 대부분이지만 크고 작은 글씨들이 세월에 깍여 희미해져 가는 모습에서 인생의 무상함도 느낀다
선인들은 그곳의 이름을 무릉계곡이라고 불렀다
무릉도원을 닯았다 하여...
계곡물에 담궈 둔 발이 얼얼 할 때 쯤 한층 맑아진 시선으로 등산로를 따라 한참을 오르다 보면
위에있는 쌍 폭포를 만나게 된다
양쪽에서 여행하던 물줄기가 한곳으로 떨어지는 모습이 마치 헤어졌던 연인이 만나는 것 같은 착각을 하게한다
수량이 많을 때 보는것은 가히 장관이 아닐 수 없다
한 쌍의 아름다운 연인같은...
그리고 얼마를 더 올라가면 용추 폭포를 만나게 되는데 오랜 세월을 버텨오는 동안 얼마나 애를 썼는지
바위가 물줄기를 따라 둥그렇게 변해있다
처음 그 광경을 보며 무척이나 감동을 받았었는데...
친구가 직접 찍어 보내 온 사진을 보고 있으려니 그 때의 감회가 새롭다
몇번의 방문에서도 저렇게 많은 물줄기를 볼 수 없었는데...
언젠가는 또 그 얼굴을 볼 수 있겠지?
20대 초반...
그 방황의 세월이 스쳐간다
바쁜 일상속에서도 불쑥불쑥 찾아오는 외로움과 그리움이 크지 않은 내 마음의 보를 넘을 때면
가끔 90cc 오토바이를 얻어 타고 그곳을 찾아가곤 했었는데...
얼굴을 스치는 까칠한 바람에내 눈에서는 원치 않았던 눈물이 흘러 뺨이 트기도 했었지...
무릉계곡...
지금, 가을을 맞이하는 그곳의 인정은 또 얼마나 정겨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