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는 남자
2007. 8. 24. 22:10ㆍ내 삶의 흔적들/얘기
학교 가는 남자
오늘도 나는 학교에 가라는 집사람의 성화에 못이겨 무겁게 감겨있던 눈을 떴다
아들 녀석들을 깨우는 소린 줄 알고 실눈을 뜨고 가만 있으려니 덮고 있던 내 이불이 갑자기 사라진다
졸리는 눈을 비비며 시간을 원망 해 본들 이미 환하게 밝아있는 하늘이 다시 어두워 질 리 만무하고
덜 깬 잠에 비틀거리며 일어날 수 밖에...
나를 깨우려면 회사 가라고 해야지 왜 학교에 가라고 하나?
졸업한 지가 언젠데...
오늘도 아침부터 혹시나 하는 기대는 역시나 하는 아쉬움으로 끝났다
요즘들어 어휘에 맞지 않는 말을 서슴없이 하는 집 사람의 버릇 때문에 당황 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어떤 때는 과일을 가져오며 약을 먹으라고 하질 않나, 신문을 보고 시험지라고 하질않나
자동차 보며 자전거라고 하질않나
참나...
벌써 치매끼가 있는건가?
가끔은,
그 총명하던 머리에서 그런 말들이 나오는게,
결혼해서 고생만 시킨 내 탓 같기만 해서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측은 하기도 하다
아들녀석 둘을 키우느라 커진 건 목소리요, 늘어난 건 잔소리 뿐이니 말이다
상냥하던 말투도 어느 덧 전투적으로 변하고 행동 또한 과격해 졌다
아직도 가끔 꿈 속에서 학교에 가는 꿈을 꾸기도 하고 시험을 치르는 꿈을 꾸기도 하는,
그 내면은 아직도 여리고 여린 여고생 같은데 말이다
지지고 볶으며 살아도
부디 건강하게 노후를 맞이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