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어머니

2007. 9. 18. 21:14내 삶의 흔적들/얘기

 

 

 

 

 나의 어머니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이 그러하듯이

나의 어머니도 자식을 향한 사랑은 끔찍했던 것 같다

 

열 아홉에 시집을 오셔서 딸 만 넷을 내리 낳으시고  어렵게 얻은 아들이었으니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12살이 될 때 까지는 바깥 음식을 일체 먹지 못하게 하셨다

상가 음식이나 제사 음식등......

 

그래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어머니 몰래 바깥에서 이런 종류의 음식을 먹기라도 하는 날에는

어김없이 체해서 며칠씩 애를 먹곤 했다

 

어머니의 말씀을 빌리자면

어느 날, 스님 한 분이 탁발을 하러 오셔서는

어린 나를 찬찬히 쳐다보시더니 조용히 한마디 하셨단다

12살을 넘기기 힘들겠다고...

 

어렵게 아들을 보셨던 어머니는 깜짝 놀라서 살릴 수 있는 방도을 물으셨고

그 스님은 몇가지 말씀을 일러 주셨는데...

 

하나는,

매월 일정한 날을 정해서 정안수를 떠 놓고 나를 위해 치성을 드리는 것이고

또 하나는,

12살이 될 때까지는 절대로 남의 음식을 먹이지 말라는 것이었다고 한다

 

지금 기억하는 것은 두가지 인데 실제로 어머니는 이 두가지를 참으로 열심히도 지키셨다

내가 고등학교를 마칠 때 까지도 집 부근의 우물에서 한밤중에 홀로 치성을 드리셨고

배가 고팠던 그 시절에도 그런 음식을 주지 않으셨으니까...

 

고등학교를 졸업 할 무렵의 어느 날,

어머니는 당신 곁에 나를 조용히 불러 앉힌 후, 다부지게 하셨던 말씀이 아직도 생생하다

 

"다음에 니가 장가를 가거든 니 색시한테 말해서 매월 치성을 드리라고 해라"

 

어머니의 그 지고지순한 정성에 하늘도 감동을 하셨는지,

지금까지 내가 이렇게 건강하게 살고 있으니 새삼 어머니의 그 사랑에 고개가 숙여진다

 

이제 내가 그 어머니의 위치에 서 있다

막내가 내년이면 12살이 되는데 어머니께 받은 그 사랑을 나는 녀석들에게 얼마나 나눠주고 있는지 ...

 

   그렇게 건강하게 살기를 빌어 주셨던 분은 내가 철도 들기전에 나를 떠나 가셨다

쉰을 오르는 열개의 계단을  반도 오르시지 못한 채...

아마도 당신의 기운을 모두 내게 주셨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일 년 만에 고향을 찾아 당신의 파란 옷자락을 여미는 동안에도

그 님의 끝없는 사랑은 기쁨을 가득안은 환한 얼굴로 그토록 아끼시던 귀한 아들을 흠뻑 적셔 주셨다

 

그 지극하신 사랑을 굵은 빗방울에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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