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을 보내며

2007. 11. 30. 22:53내 삶의 흔적들/얘기

 

 

 

11월을 보내며

 

 

 

 

11월의 마지막 밤이 또 이렇게 지나가고 있다

이용의 노래, 잊혀진 계절을 들으며 보낸 10월의 마지막 날이 엊그제 같은데...

산란한 마음과 혼란스러운 정신으로 한 달을 보낸 것 같다

 

처음엔, 가을의 그 눈부신 변화에 정신을 빼앗겼고 나중엔 갑자기  먼 곳으로 간 친구 때문에 그랬다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 같은 길을 다니면서도 만물이 변하는 것들을 미처 깨닫지도 못하며 지나쳤는데

오늘 마감을 끝내고 돌아오는 길에 내 눈에 들어 온 계절의 변화는 나의 눈을 새삼 의심스럽게 했다

 

온통 겨울 채비를 하느라 움츠린 나무들과 자동차 꽁무니를 졸졸 따라 다니는 날씬한 낙엽들이 을씨년스럽고

열려있던 사람들의 옷자락이 단정해 지고 행여 바람이 들어올까 옷깃마저 세운 뒷모습에선 쓸쓸함까지 느껴진다

 

겨울이 다가 오기 전에 나의 겨우살이 준비를 한다고 길거나 말거나 별 신경을 쓰지 않았던 머리카락이 오늘 갑자기 무척이나 길게 느껴졌다

잔뜩 길어진 머리카락을 손질하러 들린 미용실에선 벌써 크리스마스트리를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절대적이라 생각했던 시간들이 갑자기 매우 상대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쳐갔다

 

이래저래 바빠질 12월을 위해서 머리카락도 다듬고 소화불량을 일으키는 마감도 대충 했으니

새로운 마음으로 12월을 맞이해 봐야겠다.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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