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5. 28. 22:38ㆍ내 삶의 흔적들/얘기
이사 준비
요즘 저녁에 퇴근을 해서 보면
나와 많은 시간들을 함께하던 가재도구들이 하나 둘 사라지고 있다
어디로 갔냐고 물어보면 알거 없다고 얼버무린다
6월 초순에 이사를 한다
11년을 살았던 집을 나와 다른 곳으로 가자니 마음속에서는 만감이 교차한다
집사람은 한 달 전부터 부산하기만 하다
장롱 속에 묵혀 두었던 옷가지며 책들이며 도구들로 열심히 박스를 채워가고 있다
각종 과자들을 담았던 종이 박스가 하나 둘 늘어나 작은 녀석의 작은 방을 채워갈 때 마다
진짜로 이사를 가야 하나보다 하며 실감을 하면서도 막상 섭섭한 마음이 드는 건 감출 수가 없다
작은 녀석은 방안 가득 그 박스들의 키가 커질 때 마다 자기가 좋아하는 과자가 쌓여간다며
야릇한 웃음을 지어 보이고 건넛방의 휑한 공간을 채우고 있는 공기는 왠지 썰렁해 보인다
결혼생활 17년...
그 기간 동안 함께했던 장농 이며 침대며 세탁기며.. 어디 한 군데 성한 데가 없으니
누가 봐도 새 집으로 가져 갈 것이 없어 보인다
세 번의 이사로 부딪치고 깨진 건 고사하고 덧칠했던 장롱의 색깔까지 보기 싫게 변했으니
저것도 아마 새집으로 함께 가기는 힘들 것 같다
누군가 우리 집에 와서는
이사 갈 때 모두 버리고 가라 했다며 빙그레 웃는 집사람이 얼굴이 빨갛게 상기돼 있다
나와 함께 산 세월도 17년..
요즘 들어 많이 삐걱거리는 나는
무사히 이사 갈 때 따라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여보~!
그렇다고 나를 내다 버리는 건 아니겠지?
이사를 앞둔 어느 밤에...
2008.05.28.
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