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자리

2008. 11. 13. 13:16내 삶의 흔적들/생각

 

 

 

오늘 따라,

실눈으로 옅보는 옆집의 불빛과

어두운 표정의 작은 방안이 커 보인다

쫑알거리는 목소리와

짓궂은 장난이 없어서 그런가 보다

 

오늘 따라,

얼굴을 내민 어둠위의 달빛과 집안 공기가 썰렁해 보인다

부단한 발걸음과

톤이 높은 웃음이 없어서 그런가 보다

 

하루 종일 바깥 공기도 제대로 호흡하지 못 하고

거실 한 켠에 웅크리고 앉아 작은 햇살 훔쳐보던 화분들이

까칠해진 얼굴로 나를 쳐다보는 건

뺨을 스치던 살가운 손길이 그리워서 그런가 보다

 

그래서 그런가 보다

있을 땐 느끼지 못했던 사소한 것들이

허약한 몸을 타고 오르는 쓸모없는 생각들처럼

어느새 나의 한 부분이 되어 스물거리며 밀려온다

 

내가 밟고 지나갔던 낙엽들의 사랑스런 목소리와

엷은 미소를 지으며 마지막 잎들을 어루만지던 예쁜 햇살을 불러와

뜨거운 하룻밤을 보냈으면 좋겠다

 

풍만한 가슴을 두 팔 가득 안고

부드러운 호흡을 격렬하게 나누고 나면

크게만 보이던 휑한 공간도

닭살 돋던 이마 위의 공기도

이젠 모두 고즈넉한 가을 여행을 할 수 있을텐데...

 

그리고 나면..

식어가는 나의 열정도

다시 한 번 미소 지어 주겠지

 

 

 

2008.11.13..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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