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꿈

2008. 11. 10. 10:41내 삶의 흔적들/생각

 

 

여기 옷 색깔이 다른 두 나무가 있습니다

 

화창한 봄 날,

화려했던 꽃잎을 발밑에 묻고

부끄러운 듯 여린 새싹을 길러내던 똑같은 벚나무들 입니다

 

하나는 키가 좀 크고 다리가 굵을 뿐

어깨를 펴면 닿을 만큼 가까이에 서로 이웃하고 있기에

서로에게서 별다른 차이는 느끼지 못 했습니다

 

두 나무 모두 조용하고 넉넉한 성격을 지녔고

한 울타리 안에서 조용히 살아가기에

난 모든 것이 같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가을이 되니 서로가 다르다는걸 알았습니다

참 화려하게도 치장을 했네요

 

한 나무는 붉은 옷으로 갈아 입었고

다른 한 나무는 노란 원피스를 걸쳤습니다

 

같은 곳에서 같은 공기와 같은 사람들을 만났을 텐데

어떻게 이렇게도 다른 빛깔의 옷을 입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참 이상한 일 입니다

 

성격이 달라서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생각하고 꿈꾸는 것들이 달라서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성격이 다르고 꿈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니

저렇게 옷 색깔도 달라지나 봅니다

 

나무에게도 그들만 꿈꾸는 다른 세계가 있나봅니다

꿈을 꾸면 그렇게 변신하는 그런 세계 말입니다

 

나도 그런 세계에서 꿈을 꾸고 싶습니다.

 

 

 

2008.11.09..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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