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3. 5. 19:05ㆍ내 삶의 흔적들/얘기
골프장에서 낚시하기
가끔 만나는 지인이 있는데 요즘 낚시에 푹 빠져있다.
날씨는 춥고 밖에서 하자니 동태가 될 것 같고 해서 하우스 낚시를 주로 다니는데
낚시 간다고 오전에 전화를 친절하게 하고는 새벽까지 하고 오기가 일쑤다.
최근엔 낚시터에 자주 오는 옆 사람과 사귀더니 1미터가 넘는 긴 찌를 하나 얻어서
그 긴 찌가 뿌리까지 밀고 올라오는 짜릿한 재미에 푹 빠져있다.
내 느낌으로도 그의 일상과 생각이 온통 낚시로 꽉 차있는 것 같다.
날씨가 따뜻하던 며칠 전에는
골프를 시작한지 얼마 안 된 친구의 머리를 올려준다며 라운딩을 갔는데
마지막 티업이라 네 홀 정도를 라이트 경기를 했다고 한다.
그런데 라이트가 켜진 어떤 홀에선가
세컨 샷을 하기 위해 그린으로 고개를 돌렸는데
홀 속에 얌전하게 서 있던 빨갛고 하얀 몸의 핀이
마치 낚시터에서 보던 그 긴 찌처럼 갑자기 쑥~올라오더라는 것이다.
무슨 일이지?
하고는 가만히 쳐다보니
불빛을 받아 뿌옇게 보이는 핀이 오르락내리락 하고 있었다고 한다.
혼자 생각해도 참 우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후로는 어떻게 홀 아웃을 했는지 기억이 없다면서
참 희한한 일이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나도 어이가 없었다.
너무나 우스워서 배꼽을 잡고 한참을 웃어댔더니
자기도 이해를 못하겠다며 애써 쓴 웃음을 지어 보인다.
나중에 혼자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홀 속에 꽂혀 있는 핀이 정말 예쁘게 치장한 찌와 너무도 흡사한 모습에 나도 놀랐다.
난 전혀 그런 생각은 못 해 봤는데...
그동안 얼마나 낚시에 빠져 있었으면 그 핀이 찌로 보였을까.
2주 후에는 나도 그린에서 찌 맛 좀 볼 수 있으려나?
2009.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