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7. 21. 13:10ㆍ내 삶의 흔적들/친구
주말 여행
일찌감치 그곳에 도착해서 친구들을 기다리는 동안
같이 간 친구 내외와 함께 매밀 막국수 한 사발과 검은콩 막걸리 서너잔으로 배를 채운 뒤
하룻밤을 묵을 펜션에 도착하니 벌써 손님 맞을 음식준비가 한창이시다.
펜션의 주인인 친구의 형수님...
처음 뵙는 얼굴이지만 넉넉한 미소와 편안한 말씨가 무척 상냥해 보인다.
두 어머님-친정 어머님과 시어머님-을 모시고 산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참 존경스러운 분이다.
쉽게 할 수 있는 건 결코 아닌 것 같은데...
친구 어머님께 반갑게 인사하니 여든아홉이나 되신 어머님이 반갑게 알아보신다.
잠시 시간을 돌려 그때를 이야기 하며 웃음 속에 묻혀 있었다.
참 곱게 나이를 드셔서 내 마음도 무척이나 흡족하다.
대충 짐을 풀어놓고는 마을 앞 개울로 향했다.
길 양쪽에 있는 밭에는 온갖 채소며 먹거리들이 풍성하게 자라고 있고
그 위로는 무수히 많은 잠자리 떼가 여유로운 오후를 한가하게 비행하고 있다.
몇 장의 사진을 찍으려는데 갑자기 소나가가 쏟아진다.
서둘러 잠시 들어와서 우산을 챙긴 후 다시 나갔다.
몰려오는 먹구름과 무척이나 분주해진 잠자리들..
곱게 흐르는 개울물을 아무 생각 없이 보고 있으려니 참으로 평화롭다.
경쾌하게 흐르는 물소리도 그렇고 산허리를 감아 도는 하얀 안개구름도 그렇고
함께하는 이 순간조차 모두 고요한 침묵 속에 묻힌 느낌이다.
저녁 5시 쯤 나머지 친구들이 합류했다.
거친 포옹으로 반가움을 나누고는 싱싱한 회와 술 한 잔으로 허기진 배를 부지런히 채웠다.
그러다가 소화를 시킬 겸 해서 개울가에 고기를 잡으러 갔다.
큰 바위를 움직이고 가장자리 풀섶을 훑고 지나가며 꽤 많은 고기를 잡았다.
그렇게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물속을 어지럽히는 사이에도
개울가의 나지막한 산에는 먹구름이 헐떡이며 열심히 오르내리다
친구들과의 시간을 시샘하듯 가끔씩 시원한 물방울로 등줄기를 적셔 준다.
빗방울이 굵어져서 다리 밑에 자리를 잡고는 가져 온 회를 초장에 비벼서 한잔을 기울인다.
신선한 공기와 산골의 여유로움, 그리고 친구들의 오랜 우정이 잘 버무려진 이 안주만큼 맛있는 음식이 또 있을까?
정말 최고의 맛이다.
반질거리는 크고 작은 돌과 모래가 있는 곳을 유심히 쳐다보니 까만 물체가 보인다.
뭔가 하고 살며시 손을 주니 다슬기였다.
큼지막한 다슬기가 꽤 많다.
작은 통 하나에 가득 잡고는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는 마을길을 무리지어 내리는 빗방울과 함께 걸어왔다.
그 사이 집사람들은 소금강 입구쪽에 구경을 간다더니 아직 돌아오지 않았나 보다.
날도 어두워지는데 좀 늦는다.
잠시 후 빗방울이 굵어질 쯤 모두 돌아왔다.
이것저것 맛있게 차려주신 형수님의 손맛이 정말 환상적이다.
남아있는 회와 잡아 온 고기로 끓인 매운탕, 그리고 토종닭으로 만든 쫄깃쫄깃한 약닭의 맛이 일품이다.
잡아 온 고기들을 어두운 곳에서 손질하던 친구의 손놀림이 어쩐지 어색하더니 쓸개를 제대로 제거하지 않았는지
그 영양가 많은 매운탕이 써서 별로 먹지 못 한 것이 좀 아쉬움이랄까.
나중에 가만히 관찰해 보니 그 친구 숟가락만 열심히 운동을 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내가 알지 못하는 뭔가가 있는듯 한데...
그렇게 더 이상 들어갈 곳 도 없이 저녁을 먹고 나니 고기잡이를 하다가 다친 무릎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파스와 냉찜질을 열심히 해 보지만 통증이 쉽게 가시지를 않는다.
샌들을 신은 발바닥 속으로 들어 온 고기를 잡으려다가 넘어졌다.
들고있던 그릇을 놓치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바람에 더 강하게 부딪쳤다.
난 통증과 씨름하는데 친구녀석들은 고래를 밟아 넘어졌냐며 놀려댄다, 크~~
녀석.. 왜 하필 발바박 속으로 들어와 가지고...
늦은 밤까지 친구들의 이야기는 끝없이 이어져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오늘 같은 날은 잠을 자면 안 된다나 뭐라나...
집사람들은 뜨끈뜨끈하게 데워진 황토방으로 몰려가더니 얼마 되지않아 모두 몰려 나왔다.
답답해서 나왔다는데 가만 보니 내 옆지기만 보이지 않는다.
그 와중에 혼자 독방을 차지하고 잘도 자나보다.
흠..아마도 곰의 후손인게 분명한 것 같다.
한시 반 쯤 통증을 핑계로 잠자리에 먼저 들었지만 쉬 잠은 오질 않고
친구들의 도란거리는 목소리만 투명한 공기를 타고 밤 새 내 꿈속을 거닐었다.
아침이다.
맑은 공기 때문인지 간밤에 탐식한 여러 가지 알코올 량에도 불구하고 몸은 가뿐하다.
무릎의 통증만 없다면 날아갈 것 같이 상쾌할 텐데...
간밤의 그 세찬 빗줄기는 온데간데없고 맑은 개울을 건너 온 아침햇살이 무척이나 눈부시다.
아~~!
이 여유, 과분한 자유로움...
쫄깃쫄깃한 닭 매운탕으로 아침밥 한 공기를 가뿐하게 해 치우고
느긋하게 커피 한 잔의 여유도 부리며 깔끔하게 오전 일정을 잡았다
올라가는 길에 평창에 들러 한국 자생식물원에 가기로 했다
굽이굽이 산길을 돌아 그곳에 도착하니 생각보다 꽤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처음 보는 예쁜 꽃들에 반해 디카를 들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동안 배터리가 더 이상 일하기를 거부한다
이거 큰일이다, 아직 반도 보지 못했는데...
할 수 없이 집사람 디카로 몇 장의 사진을 더 담을 수 있었지만 원하는 만큼 담지 못 해 못내 아쉬웠다
진부 톨게이트 부근에서 먹은 점심..
상이 부러질 정도로 나온 산채정식을 끝으로 우리의 1박 2일을 모두 마무리 했다
동행한 친구와 자리를 함께해 준 친구들이 고맙고 별 탈 없이 모임을 마무리 할 수 있었던 것에 또한 감사한다
계획하고 애쓴 고향지킴이 친구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돌아오는 길..
평소 다니던 길 같지 않게 막히지도 않았으니 정말 즐겁고 편안한 여행이었다
3년만의 모임..
또 하나의 추억을 내 가슴속에 담아왔다.
2009.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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