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0. 21. 21:15ㆍ내 삶의 흔적들/친구
고교 동문 체육대회
알곡이 익어가는 풍요로운 대지에 한바탕 거센 바람과 차가운 비가 지나갔다
바람도 쌀쌀해 지고 거리의 나무들도 점점 가을 색 완연한 옷으로 갈아입고 있다
컨디션이 좋지 않아 뒤척이고 있는데 동창 녀석이 빨리 오라고 성화가 대단하다
대충 세수만 하고 달려간 운동장엔 썰렁한 바람만큼이나 동문들의 모습도 그리 많아 보이지는 않는다
갑자기 차가워진 날씨 때문인지 아니면 단풍구경을 하러 산으로 간 건지...
늦게 도착한 미안한 마음에 허겁지겁 까마득한 선배들께 인사를 드리고
한쪽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친구들을 찾으니 반가운 얼굴들이 많이 앉아있다
10명 정도 되는 걸 보니 우리 동기들이 제일 많이 나온 것 같다
하여간 울 친구들의 열정은 못말린다
친구들 끼리 기념사진을 한 장 찍고는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운동장을 스케치를 했다
풍성하고 넉넉한 먹거리와 친근한 얼굴들을 둘러보니 마음까지 포근해져 왔다
더 이상 들어 갈 곳이 없을 때까지 줏어 먹고 배가 빵빵해지니 참 행복하다
축구도 하고 족구도 하고..아이들을 위해 달리기도 했다
넓은 운동장 가득한 가을 햇살은 동문가족들의 마음처럼 넉넉했으며
운동장을 지키고 서서 우리를 바라보고 서 있는 키 큰 나무들의 잎새들은 친구들의 얼굴처럼 화사했다
경품 추첨으로 받은 황토냄비까지 하나 챙기고 나니 가슴이 다 뿌듯하다
무척이나 즐거웠던 하루였다
돌아오는 길..
햇살이 자리를 비운 길가엔 어느 새 가로등의 환한 얼굴이 보람 가득한 저녁을 비추고 있었다.
2009.1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