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1. 20. 18:32ㆍ내 삶의 흔적들/친구
친구를 찾아서
지난 주 토요일엔 시간이 되는 몇 몇 친구들과 원주에 살고 있는 친구집에 다녀왔다.
오후에 출발했더니 여전히 많은 차들이 도로를 채우고 있고
이리저리 돌고 돌아 원주에 도착하니 벌써 석양이 산을 넘어가고 있었다.
어두워진 길을 조심스럽게 살피며 물어물어 도착한 곳.
산마루 가까이 포근한 지형에 지어진 자연을 닮은 예쁜 흙벽돌집이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로 인해 해가 떨어진 그곳은
벌써 완전한 겨울의 얼굴을 한 거친 바람이 떨어진 갈잎들을 이리저리 굴려대고 있었다.
추위를 피해 집 안에 들어서니 육각형으로 지어진 집이 참 고즈넉하다.
반듯반듯하게 쌓아올린 흙벽돌을 방안에서 대하니 편안함이 느껴지기도 하고 특별한 멋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군불이 지펴진 따끈따끈한 방바닥에 시린 엉덩이를 붙이고 이리저리 한참을 둘러보고 나니 별천지 같은 느낌이 든다.
계절이 바뀐 후 처음 만나는 친구들의 웃음과 넉넉한 목소리들...
고향 바닷가에서 공수해 온 쫄깃쫄깃한 회와 토종닭에 약초를 넣고 푹 고아져 나온 영양가 만점의 닭찜
그리고 이웃에 사는 분들이 나눠 주셨다는 고라니 불고기의 그 독특한 맛과의 첫 경험...
안주인의 취미 덕분에 처음 먹어 본 벌집 주, 하수오 주, 그리고 1300고지에서 따온 돌배로 만든 술까지...
이것저것 준비한 안주인의 정성에 깊은 고마움을 느꼈다.
여기서 술을 마시면 아무리 먹어도 취하지 않는다는 친구의 장난에 욕심을 부려 마신 덕분에
밤새 들락거리며 잠을 설친 탓인지 머리가 아파 무척 혼이 나기도 했다.
그렇게 마시고도 아침에 멀쩡하게 일어난 다른 친구들이 참으로 희한 했다.
참 부지런한 친구...
언제 이렇게 예쁜 집과 넓은 공간을 장만했는지...
고추 한 입 베어 물고는, 부끄러운 듯 미소 짓는 안주인의 저 환한 얼굴과 함께
앞으로도 오랫동안 이 완전한 육각형의 공간에서 꿀맛 같은 둘만의 사랑을 키워가기를 바래 본다.
2009.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