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2. 7. 18:50ㆍ내 삶의 흔적들/가족
제부도 나들이
내일이면 큰녀석이 긴 겨울방학을 끝내고 개학하는 날이다
방학동안 보충수업을 하러 학교에 가는 시간 외에는 바깥출입을 전혀 하지 못 한 녀석을 위해
오래간만에 가족끼리 외출을 했다
바다도 보고 녀석들이 좋아하는 조개구이를 먹기 위해 제부도로 향하는 길...
간만에 나온 우리 가족을 위해선지 의외로 차량들의 왕래가 뜸하다
제부도에 도착해서 사람들을 따라 가까운 곳을 한 바퀴 돌며 바람을 쐬고 나니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따스해짐을 느낀다
주차장을 가득 메운 차들에게서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체취를 느끼고
바다에서 수확한 김을 열심히 운반하고 정리하는 사람들에게서 노동의 소중함을 또한 느낀다
늦은 점심에다 맛있어 하는 녀석들을 위해 열심히 구워댔다
오래간만에 맛보는 특이한 음식이라 그런지 다들 무척이나 잘 먹는다.
한 바구니를 게 눈 감추듯 비우고 나서 바지락 칼국수 2인분을 시켜 부족한 배를 채우고 나니
마침내 나도 살아있음을 새삼 느끼게 한다
커피 한 잔 을 손에 들고 바닷가로 나왔다
먼저 나간 녀석들은 벌써 바닷물 가까이로 내려가 작은 돌로 물제비 놀이를 하느라 정신이 없다
물끄러미 녀석들의 장난을 한참 동안 바라보고 있노라니 늘 막힌 것 같던 가슴속의 뭔가가 마침내 뚫리는 것 같다
가끔씩이라도 저렇게 아무 생각 없이 자연 속에서 스스로가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해야 하는데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늦은 밤까지 공부에 얽매여 살아가는 시간들이 무척이나 안쓰럽다
사람들 속에 숨 쉬며 무엇을 하고 어떻게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지를 무엇보다 우선하여 생각했으면 좋겠다
녀석들의 어깨를 안고 외투를 보듬으며 지낸 오늘의 몇 시간들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하다
돌아오는 길..
나무 난로 위에서 뜨거운 몸을 뒤척이며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커피 한잔을 선사하던
그을음 가득하던 양은주전자의 선한 희생처럼
어느 새, 의미 있는 가족의 하루가 어둠이 내린 세상 속에 고요히 잠겼다.
2010.01.07.